환갑을 넘긴 나이에 자신의 꿈과 즐거움을 좇아 젊은이들의 직종인 바리스타에 도전,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부산 도시철도 수영역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실버 커피토마토> 1호점의 ‘실버 바리스타’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실버 커피토마토>는 지하철역 커피전문점 체인업체 (주)커피토마토가 고령자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하에 사회복지법인 ‘보현도량’과 합작해 만든 노인 바리스타 운영 커피전문점이다. 현재 수영역과 부산진역 2곳에 있으며 수영역의 1호점은 작년 12월 오픈했다. 실버 커피토마토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20% 할인을 해주며, 60세 이상 어르신 고령자와 함께 올 때는 나이에 상관없이 고령자를 포함해 2인까지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가격도 기존 커피전문점보다 20∼30% 저렴해 부담도 덜하다
(주)커피토마토는 지난해 실버 커피토마토를 오픈하면서 60세 이상 고령자를 상대로 바리스타 공모를 했다. 6명을 뽑는데 88명이 몰릴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다. 그것도 모자라 뽑힌 6명 중 2명은 교육 내용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해 바리스타 교육 중 탈락했다.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이들 중 한 사람이 60대의 실버 바리스타 김계숙 씨다. 김 씨의 원래 직업은 전업주부였다. 나이가 들고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끝날 때쯤이 되자 그녀는 자기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평소에 워낙 커피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 일이 무엇일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신문을 통해 실버 바리스타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한 그녀는 그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김 씨는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향도 좋고 커피를 다루는 것도 좋아한다. 그냥 커피 마니아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가 많지 않더라도 하루 12시간을 고단하지 않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늦은 나이에 바리스타를 한다고 하자 처음에는 주변의 우려도 컸다. 남편과 자식들은 “평생 밥만 하던 사람이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하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김 씨는 시행착오 없이 일을 배워왔고 지금은 젊은 바리스타 못지않은 솜씨를 갖췄다. 집에서의 우려는 격려로 바뀌었다. 이웃들의 부러움도 독차지하고 있다.
업무 시간 중 여유로울 때는 손님들의 말동무가 돼주기도 한다. 대화 상대는 주로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어르신들이다. 저마다의 인생 얘기, 가정 얘기 등을 듣고 있다 보면 김 씨와 손님은 어느새 친한 친구가 돼버린다. 그녀는 “주로 남자 노인들이 많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간다. 전혀 귀찮지는 않다. 노인들이 갈 곳과 말할 상대가 없어서 이런 조그만 공간에 있는 나를 찾아와 얘기하는 것 아니겠는가. 가타부타할 것 없이 이야기를 들어준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이곳에서 일하면서 얻는 장점 중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 대한 메시지도 전했다. 김씨는 “자신이 좋아하며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길 바란다. 자신이 꿈에 그리는 그런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해서 찾다보면 어느새 자신 바로 앞에 다가와 있지 않을까”라며 자신의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