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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역사 왜곡 논란..."일본인보다 조선인이 더 나빠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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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역사 왜곡 논란..."일본인보다 조선인이 더 나빠 보여"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7.29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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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학자, "역사 영화가 아닌 블록버스터급 탈출 영화" / 정인혜 기자
영화 군함도 포스터(사진: CJ E&M 제공).
영화 <군함도>가 개봉 하루 만에 비난의 중심에 섰다.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되면서부터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의 하시마 섬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대한민국 역사상 손에 꼽힐만한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를 재조명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군함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고, 영화 제작을 결정,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송중기, 소지섭, 황정민 등 톱스타가 총출동한 호화 캐스팅이라는 영화라는 점에서 제작 과정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녔다. 이 같은 관심을 방증하듯 지난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개봉 3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55만 명을 동원하는 등 역대급 수준의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각각 1300만,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 <암살>보다도 훨씬 빠른 수치다. 영화사 기록을 경신하며 극장가를 싹쓸이하고 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하다. 직장인 박고은(28, 경기도 시흥시) 씨는 “일본인보다 조선인이 더 나쁘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영화”라며 “아픈 역사를 갖고 이런 식의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저의를 이해할 수가 없다. 거의 혐한 영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박 씨의 지적처럼 영화 <군함도>는 그간의 일제강점기를 다룬 역사 영화와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영화 곳곳에서는 극단적 민족주의에서 탈피하기 위한 류 감독의 노력이 보인다. 군함도에서 발생한 조선의 아픈 역사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개인의 서사를 주된 스토리로 끌고 가는 식이다. 당시의 참혹함을 묘사하는 도구로는 일본 정부 대신 조선인 친일파들이 등장한다. 조선 노동자들을 속이고 월급을 착취하는 친일파 관리, 마을 여자들을 위안부로 동원하는 친일파 포주 등이다. 관객들이 <군함도>를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잔혹함을 피상적으로 그려야 할 이유가 있었냐는 것. 소재가 소재인 만큼 역사 고증에 철저한 신경을 썼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역사학자들도 영화 <군함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군함도의 강제 징용을 다룬 ‘역사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어마어마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탈출 영화’”라고 평가했다. 영화가 실제 역사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군함도>는 탈출 영화이고, 군함도가 배경이 되는 듯하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에도 관람객들의 평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기준 개봉 직전 8.52점이었던 네티즌 평점은 개봉 후 4.78점까지 떨어졌다. 2만 5000건에 달하는 영화 평점란에는 평점 1점을 매긴 네티즌들이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한 네티즌은 “현실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영화다. 군함도에서 희생당하신 분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며 “말도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갔을 그들의 모습을 우리 가슴 속에 담아야 한다. 현실은 이런 판타지가 아니다”라고 평점 1점을 매겼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는 건 안 되지만, 우리가 하는 건 괜찮나보다”, “군함도를 배경으로 한 신파극”, “역사적 사실은 1%도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 “군함도 없는 군함도 이야기” 등의 평을 남겼다. 물론 <군함도>를 호평하는 의견도 많다. 평점이 4.78점이긴 하지만, 1점을 준 절반의 관람객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절반은 10점을 줬다는 말이 된다. 한 네티즌은 “영화는 영화로만 볼 줄 알아야지 역사 왜곡 주장하면서 논란 키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일제강점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영화”라고 못 박았다. 역사 왜곡 비판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역사 전문가 심용환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군함도>를 둘러싼 역사 왜곡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심 씨는 “영화 초반부에 나온 강제 징용 실상은 우리 영화 역사에서 처음, 그리고 비교적 잘 묘사가 된 부분”이라며 “이 영화 나오기 전엔 ‘징용’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냐”며 영화를 비판하는 의견에 반박했다. 그는 이어 친일파 조선인을 그린 감독의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심 씨는 “위안부 중개 민간 업자, 기생형 친일파들이 같은 동족 등쳐먹은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매우 어설프게 이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언제까지 선과 악의 구도로만 식민 지배 시대를 바라볼 것인지, 이것이 매우 애국적이고 바른 역사관이라고 볼 수 있을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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