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테러' 종종 발생...2016년 와사비 테러, 길가던 한국인 학생 폭행당하기도 / 신예진 기자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인 일본에서 혐한 문제가 또 불거졌다. 20대 한국인이 아무 이유없이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잇따라 발생하는 일본 내의 혐한 논란에 네티즌들은 ‘혐일’ 감정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밤 8시 45분께 강모(29) 씨가 일본 오사카시 덴노지 공원 주변 편의점에서 일본인 남성에게 습격당했다. 벚꽃 구경을 나갔다가 일본인 남성이 휘두른 칼에 등을 찔린 것. 용의자는 범행을 저지른 후 도주했다가 31일 새벽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용의자는 범행 전부터 강 씨의 일본어 발음이나 옷차림 등을 미루어 강 씨가 한국인임을 알았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나를 깔본 젊은 남자에게 화가 나서 찔렀다”고 진술했다.
일본 내의 혐한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오사카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오사카를 한국인 관광객은 241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혐한에서 불거진 사건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오사카 유명 초밥집 ‘시장스시’에서 와사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인은 매운 것을 잘 먹는다며 고추냉이를 듬뿍 넣은 초밥을 내놓았던 것. 해당 스시집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같은 해, 오사카의 유명 관광지인 도톤보리에서 일본인이 14세 한국인 남학생을 공격한 사건도 있었다. 지나가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건장한 일본인 청년이 갑자기 발차기 공격을 한 것. 이후 주오사카 총영사관은 "최근 오사카 대표 관광지 도톤보리에서 밤에 우리 국민이 피해를 당한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특히 야간 방문객들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 내의 혐한 풍조는 일본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퍼진다. 특이한 점은 일본 내에서 혐한을 주도하는 성별이 절대 다수로 남성이라는 것. 이들은 최근 일본 대중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허위·왜곡 사실을 퍼트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에서 조직적으로 반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일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 혐한 글을 올리는 방식을 취한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출판업계다. 일본의 출판업계에서는 이미 혐한이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출판 업계의 엄청난 불황 속에서 작가 사쿠라이 마코토가 2014년에 내놓은 <대혐한시대>가 엄청난 히트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일본의 출판계는 앞다퉈 혐한 서적을 내놓았다.
최근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육도 혐한 정서 확산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초중고교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가르치는 '개정학습지도요령'을 확정 고시했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이 독도를 무단 점령한 것으로 학습하게 되는 셈.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혐한 테러 소식에, 일부 네티즌들은 반일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들은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봤다. 한 네티즌은 “왜 일본을 못가서 난리고, 일본 음식을 못 먹어서 난리인지”라며 “역사 인식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최근 일본 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며 “일본은 언론에서 혐한을 부추기는데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한 환상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일 감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역시나 높다. 한 네티즌은 “일부 일본인들 때문에 쓸데없는 반일 감정이 싹튼다”며 “그래도 일본인의 97%는 굉장히 친절하고 한국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극소수의 일본인 때문에 한국 내 반일 감정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혐한 문제가 계속되자, 오사카시는 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중상과 비방을 막는 ‘헤이트 스피치 금지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5월 제정된 이 조례는 현실성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 최근 유엔인권이사회도 일본의 헤이트스피치 관련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