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61년된 정자 ‘석란정’이 화재로 무너져 내리면서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관 2명이 숨졌다. 온라인에는 네티즌들의 추모 글이 잇따르고 문재인 대통령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강원 강릉시 경포 근처에 위치한 정자 석란정에 화재가 발생했다. 출동한 강릉 소방서 소방관 27명은 오전 4시께 큰불을 진화했다. 이후 주변 잔불을 정리하던 경포119안전센터 화재진압팀장 이영욱(59) 소방위와 팀원 이호현(27) 소방사가 무너져 내린 정자의 잔해 더미에 매몰됐다. 동료 대원들이 즉각 구조에 나서 18분 만에 구조해냈지만 이미 두 사람의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
순직한 소방관들은 정년을 1년 앞둔 베테랑과 임용된 지 1년도 안된 막내의 조합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소방위는 지난 7월 마지막 근무지로 경포119안전센터에 발령받아 화재진압팀장을 맡았다. 이 소방위는 정년 퇴임을 1년 남겨둔 상태였다. 또 이 소방사는 지난 1월 채용된 새내기다. 두 사람의 영결식은 19일 오전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강원도청 장으로 열리며,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된다. 또, 강원도 소방본부는 이들에게 각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를 추진하기로 했다.
불이 난 석란정은 강릉시가 비지정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던 건물로 1956년에 지어진 목조 기와 정자다. 정자 내부에 전기 시설이 없고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 건물이다. SBS에 따르면, 하지만 2년 전부터 대형 호텔 신축 공사 영향으로 건물에 금이 가고 기울어져 주민들의 건물 이전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 해 6월에는 공사장 인근 건물 안전 진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호텔 측과 석란정 소유주 등이 건물 이전도 논의했다고 한다. 현재 소방 본부와 경찰은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지만 정자 인근에 CCTV가 없어 이를 밝혀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오늘 새벽 강릉 석란정에서 화재 진압 중이던 소방관 두 분이 순직하셨다”며 “두 분의 희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추모의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에 위로의 말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떠난 분들을 기억하며 남은 이들의 몫을 다하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천붕과 참척의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 마음을 다해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1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문 대통령의 글에 ‘좋아요’를 눌리며 이들을 애도했다. 더불어 소방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과 소방관 증원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소방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그것만이 유명을 달리하신 소방관 분들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소방관, 간호사, 사회복지사 같은 업무 강도가 높은 직업군은 국민들의 인식 개선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는 아무도 이런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박상원 씨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소방 공무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이들을 위해서라면 세금 더 내는 것은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소방관 아내라는 한 네티즌은 “이런 소식을 들으면 내 일도 아닌데 눈물이 흐른다”며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이라는 글을 남기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