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들 "정당하게 법 집행해도 우리만 피해" ..."공권력에 저항하면 무기 쓸 수 있어야" 요구 / 신예진 기자
경북 영양에서 조현병으로 난동을 부리던 남성을 제압하다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의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분개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8일 오후 12시 50분께 발생했다. 경북 영양군의 한 주택가에서 40대 아들이 난동을 피운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흥분한 백모(42) 씨의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갑자기 백 씨는 뒷마당에서 흉기를 가져와 휘둘렀다. 이 사고로 영양 파출소 소속 김선현(51) 경감이 숨지고 B(53) 경위는 머리를 크게 다쳤다.
어이없는 사고에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사건의 원인을 ‘현장 공권력 집행을 어렵게 하는 법·제도적 문제’로 꼽았다. 부산의 한 경찰관은 9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건 원인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경찰관 폭행 등 공권력 무시 행위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경찰 직무집행에 관한 법·규정의 비현실성, 사건 현장 초동대응을 담당하는 지역 경찰(지구대·파출소) 인력 부족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인 ‘경찰인권센터’에도 “현장 공권력을 강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남 지역의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일선 한 경찰관은 “정당하게 법 집행을 해도 민사소송에 걸리고, 피소되면 동료들의 위로만 있을 뿐 직장에서 도와주는 것은 없다”며 “오히려 경찰청은 문제가 생기면 해당 근무자만 질책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니 어떤 경찰이 적극적으로 범죄자를 제압할 수 있겠는가”라고 혀를 찼다.
또다른 익명의 경찰도 “사건이 일어나던 8일 나도 가족 내 난동 사건으로 출동해 수갑을 채워 파출소로 데려왔다”며 “신고한 가족들은 경찰이 범인을 제압하고 체포하는 과정을 보면서 ‘살살하세요’, ‘심하게 다루네요’ 등의 옹호 발언을 하더라”며 분개했다.
그는 “잘해도 본전을 못 찾는 현장 경찰은 정말 힘들다”며 “솔직히 이런 일을 몇 번 당하면 나중에는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찰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일에는 경찰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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