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은 ‘커피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교하는 대학생, 점심을 먹은 직장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엄마의 손에는 테이크아웃한 일회용 커피컵이 자연스럽게 들려 있다. 그러나 이 모습도 오는 2022년에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10일 일회용 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환경부는 이날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과 협약을 맺었다. 지난 2015년 기준 61억 개에 달하는 국내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 컵 사용량을 오는 2022년까지 40억 개로 35% 감량하겠다는 계획이다.
협약은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텀블러나 머그잔 등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준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부터 테이크아웃 고객은 음료 금액 10%에 달하는 가격 할인을 받게 된다. 매장 내에서 텀블러, 머그잔을 이용할 경우 음료 리필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환경부와 협약을 체결한 커피전문점은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커피, 자바시티, 카페네스카페, 카페베네, 커피빈, 크리스피크림,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할리스커피 등 12개 업체다. 패스트푸드점은 롯데리아, 버거킹, 파파이스, 맥도날드, KFC 총 5개 업체가 해당된다.
사실 일부 커피전문점은 자발적으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실행해 왔다. 고객이 일회용 컵을 가져오는 경우 100~300원의 가격 할인을 해 주거나, 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스타벅스는 매달 10일 텀블러나 머그컵을 사용하고 1만 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친환경 꽃 화분 키트’를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었다. 대학생 최모(21, 부산시 중구) 씨는 "요즘 재활용 대란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면서도 “주로 등교할 때 커피를 마시는데 텀블러에 담으면 씻어야 되고 하루종일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집 앞 카페는 개인 텀블러를 사용할 때 200원을 할인해 주는데 한 500원 정도는 돼야 텀블러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최 씨처럼 국민들은 일회용 컵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해 일회용 컵 사용 증가 추세와 관련한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응답자의 78.6%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심각하지 않다'는 대답은 3.7%에 그쳤다. 그래서일까. 국민 대다수는 환경부의 이번 정책을 반겼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함혜주(25, 부산 영도구) 씨는 “최근 어떤 카페에서는 음료 당 일회용 컵 두 개를 포개어 주기도 하더라”라며 “일회용 컵이 과소비된다고 생각해왔던 터라 환경을 생각하는 이번 정책이 정말 반갑다”고 말했다.
네티즌 역시 한목소리로 이번 정책을 찬성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시행해서 다행이다”, “일회용 컵 사용 시 추가 요금을 내면 어떨까?”, “개개인이 텀블러 하나 들고 다니는 날이 오길” 등의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한편,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실내 일회용 컵 사용과 관련해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커피전문점 등 실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는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관리체계가 없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현재 매장 규모에 따라 5만 원 수준인 과태료를 인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