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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주저주저... ‘결정장애 증후군,’ 젊은층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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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주저주저... ‘결정장애 증후군,’ 젊은층 확산
  • 취재기자 임동균
  • 승인 2016.11.08 14: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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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메뉴 고를 때도 '이걸 할까, 저걸 할까'..."선택의 즐거움 깨달아야"
▲ 한 문구점에서 어떤 학용품을 살지 고민하고 있는 20대 여성(사진: 취재기자 임동균).

대학생 정모(23, 부산시 진구 초량동) 씨는 점심 메뉴에서부터 옷 고르기까지 혼자서 결정하는 적이 거의 없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심지어 등굣길에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를 고민하다가 수업시간에 지각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어느날 아침 8시경, 정 씨는 “오늘은 지하철을 타야지” 하는 결심을 미리 하고서 집을 나섰다. 하지만 막상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갑자기 “버스를 타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아니야, 교통 체증이 없는 지하철을 타야 지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다시 지하철 역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으나, 학교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는 버스의 편리함에 대한 미련이 뒷덜미를 잡아끈다. 이럴까, 저럴까 한참을 주저하던 정 씨는 시계를 들여다보곤 “이크, 또 늦었네” 하며 부라부랴 지하철 역으로 달려갔다.

이날 점심시간. 친구들과 함께 분식집에 들른 정 씨는 메뉴판을 들고 한참을 고민한다. 라면도 먹고 싶고, 김밥도 먹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돈까스를 먹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걸 고를까, 저걸 고를까 정 씨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결국 한 친구에게 “네가 골라주면 안 되겠니”라며 메뉴 선택을 부탁한다. 그 친구는 “얘는 메뉴 하나 결정도 못하니”라며 핀잔을 주면서 라면 한 그릇을 시켜준다. 정 씨는 자신의 이러한 모습이 한심하다. 정 씨는 “선택의 기로에서 후회스럽지 않은 결정을 하기 위해 신중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몸에 배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요즘 이른바 ‘결정장애 증후군’을 앓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결정증후 증후군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기 마련인 복잡다기한 현대생활에서 어느 것 하나 선뜻 결정을 못하고 괴로워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주위20~30대 청년 열 명 중 한두 명은 크고 작은 결정장애를 갖고 있다.

대학생 김주희(23, 경남 거제시 수월동) 씨의 결정장애 증세는 독특하다. 일반적으로도 선택을 잘 못하는 경향은 있지만, 문구류를 사는데 이 증세가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얼마전 그동안 써오던 다이어리 속지를 구매하기 위해 문구점에 들렀다. 그때 빨간색과 분홍색의 속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한참의 고민 한 끝에 빨간색 속지를 골라 계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문구점을 나가는 순간, 분홍색이 눈에 아른거렸다”고 김씨는 회고한다. 그는 다시 문구점으로 돌아가 분홍색으로 교환했다. 이번엔 분홍색 속지를 교환하고 보니, 빨간색이 괜찮은 것 같다고 마음을 고쳤다. 또 다시 그는 문구점에 들러 빨간색으로 교환했다. 김 씨는 이 행동을 반복했고, 결국 ”종업원이 화가 나서 바꿔주지 않아, 다섯 번 교환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결정장애 증세는 개인의 결정뿐 아니라, 단체 단위에서 집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동네 친구들끼리 자주 만난다는 안진우(20, 부산시 부곡동) 씨는 결정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결정하는데 만나는 시간의 반을 쓴다. 그는 친구들과 밥을 먹기 위해 메뉴를 고르는 과정에서 단체가 결정장애를 느낀다. 메뉴를 고르는 과정에서, 대답은 항상 “아무거나”, “다 괜찮다”는 말에 그들 친구 그룹은 어느 가게에 섣불리 들어가질 못한다. 안 씨는 "그렇게 몇 분씩 배회하고서야, 우리는 결국 서 있는 게 싫어서 눈앞에 보이는 밥집에 간다”고 말했다.

결정장애 고객들을 지켜보는 종업원의 입장은 속이 타들어 가기만 한다. 부산 남천동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권윤경(23,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종종 결정을 못 하는 손님을 마주한다. 권 씨는 평소 결정을 못 하는 손님이 오는 경우 남들보다 시간을 더 오랫동안 응대를 해야 한다. 권 씨는 “빨리 주문받고 앉았으면 하는데 카운터 앞에서 결정을 못 하니 불편하다”며 ""그는 뒤에 손님이 밀려있는데 카운터 앞에서 결정을 못 하는 손님이 있으면, 뒤 손님의 불편한 안색이 보여 몸 둘 바를 모른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결정장애를 겪는 탓에, 인터넷 카페에는 결정을 문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결정을 못 하는 일들을 올리기도 하고, 남들이 선택하지 못한 결정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결정장애의 선택을 돕기 위해 ‘결정장애 그대’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지우심리상담센터 성태훈 소장은 결정장애는 선택적 상황에서 모든 조건의 장점을 다 갖춰야 한다는 미숙한 완벽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이러한 성향이 있는 사람은 모든 장점을 갖추지 못할 바에는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결정장애가 발생한다”며 “작은 것부터 남들보다 먼저 결정하는 연습이 필요고, 결정할 때의 즐거움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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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랭이 2017-02-10 22:26:21
결정장애.. 저도 너무 심한데 해결되는 방법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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