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말고 응원봉 들고 집회 참여하는 시민들
재치 있는 깃발 속 문구가 주목 끌기도
집회 참여 못하자 음료 선결제로 의지 전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은 물론 대구나 부산, 광주, 강릉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촛불집회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많아, 촛불 대신 응원봉을 가져오거나 독특한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드는 등 새로운 시위 문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재치 있는 깃발 속 문구가 주목 끌기도
집회 참여 못하자 음료 선결제로 의지 전해
● 촛불이 아닌 응원봉... 꺼지지 않는 빛들이 모인 촛불집회
지난 7일과 8일, 부산 서면에서도 오후 5시부터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서면에 있는 하트 동상 앞으로 모여 앉아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손에는 촛불이 아닌 다른 것이 들려있었다. 바로 ‘아이돌 응원봉’이다. 가지각색의 다양한 모양과 색을 한 응원봉을 든 사람들이 모여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피크민 러닝 크루’, ‘전국 집에누워있기 연합’... 재치있는 깃발 문구 화제
촛불 집회에선 재치 있는 깃발 문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회에서 깃발은 집회에 참여한 소속을 밝히는 용도로 쓰이곤 한다. 하지만 소속이 없는 시민이나 소속을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느 소속인지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정체를 알아차릴 수 없는 문구를 넣어 깃발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문구로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재치 있는 문구를 넣은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각종 밈을 패러디한 문구부터 아무 말이나 넣은 문구, 실제 존재하는 단체의 이름을 패러디한 문구까지. 센스가 담긴 문구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곤 한다. ‘전국 이선좌 피해자 연합’, ‘나안아 패밀리’, ‘(내향인)’,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강아지 발냄새 연구회’, ‘피크민 꽃심기 모임’, ‘전국계란은완숙협회’, ‘민주묘총’, ‘만두노총 새우만두노조’등이 있었다. 이러한 깃발들은 독특한 문구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다 보니, 인파가 몰려 복잡한 집회 현장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한 좋은 도구로써 이용되기도 한다. 근처에 있는 깃발의 문구를 지인에게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다.● 음료 선결제, 택시비 무료... 집회 참여 못해도 다양하게 마음 보태는 시민들
일이 있어서, 또는 다른 일정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시위대 주변의 카페나 음식점에서 메뉴를 선결제하며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인터넷에는 집회가 일어나는 장소 주변의 어느 카페 또는 음식점에서 선결제를 해두었으니 수령자명을 대고 받아가라며,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집회 참여 의지를 내보이면서, 집회 참여자들에게 따뜻한 음료도 전하고, 집회 장소 근처의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지난 8일 촛불집회 참여를 위해 서면에 방문한 김모(25) 씨는 “아쉽게도 수량이 소진되어 직접 받지는 못했지만, 집회 참여자를 위해 선결제를 해두시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너무 잘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분들도 대단하지만, 이런 분들을 위해 따뜻한 음료를 선결제하는 분들도 정말 대단하다”며 “따뜻한 마음에 내 몸도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는 선결제 말고도 촛불집회에 관한 미담들이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택시 기사님이 국회 앞에 내려주시고 2분 후에 결제 취소했다’며 결제가 취소된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천선란 작가는 ‘택시 타고 여의도 가는 중인데 택시 기사님도 좀 있다 여의도 오신다기에 우리 LED 촛불 나눔드렸더니 택시비 안 받으시겠다고 미터기 끄셨다’는 글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미담을 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여의도 간다니까 미터기 끄심’, ‘택시 내릴 때 응원해 주시더라’, ‘본인도 가려던 참이었다며 그냥 태워주셨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택시 기사들이 촛불집회에 가는 사람들에게 택시비를 받지 않음으로써 응원과 연대를 표현한 것이다. 또, ‘여의도 인근 sk 증권 빌딩에 주차 후 집회 참여했는데 나중에 보니 주차비가 0원으로 바뀌어 있더라’는 글에 ‘한화손해보험 빌딩도 주차권 취소해 줬다’며 주차비를 받지 않았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에 사람들은 ‘뭉클하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악은 시시하지만 선은 얼마나 다채로운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응원한다’는 반응들을 보였다.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