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태효(24, 울산시 남구 야음동) 씨는 얼마 전 여자 친구와 커플로 블루종 재킷(blouson jacket: 허리 부분을 볼록하게 한 블라우스나 히프까지 오는 점퍼형 상의)을 맞춰 입고 외출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너무 많이 마주쳐 황당했다. 김 씨는 “여자 친구랑 커플로 입으려고 산 옷을 너도 나도 입고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이렇게 유행이 심한 줄 알았으면 다른 옷을 살 걸 그랬다”고 말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유행하기 시작한 패션 아이템을 너도 나도 따라해 마치 복제한 것처럼 유행이 심해지는 것을 가리켜 클론패션(clone fashion)이라고 부른다. 클론 패션이란 복제된 물건이나 사람을 뜻하는 클론(clone)과 패션을 합친 신조어다. 클론패션은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옷을 입어야 옷 못 입는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에 급속하게 유행하는 패션이다. 과도한 유행을 가리키는 클론패션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
클론패션은 노스페이스에서 출시한 패딩 제품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시작됐다. 고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똑같은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클론패션은 저렴한 가격과 누구나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무난한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많은 패션 아이템들이 한 번 유행하기 시작하면 클론패션이 되고 있다.
대학생 김지일(24,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씨는 옷을 살 때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는 남들이 많이 입는 옷을 사는 것을 선호한다. 너무 튀어 보이는 것을 피하다보니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클론패션을 입게 된 것이다. 김 씨는 “클론패션이 이상한 옷이 아니라 평범한 게 괜찮아 보여서 더 손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클론패션으로 화제를 모은 패션 아이템은 아디다스에서 출시한 ‘슈퍼스타’ 운동화, 항공점퍼라고 불리는 블루종 재킷과 청재킷 등이 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최민석(25, 부산시 강서구 강동동) 씨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뜨기 시작하면 요즘엔 너무 빠르게 확산되고 유행이 심해서, 사람들의 획일화된 모습으로 개성이 없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주현(22,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씨는 얼마 전 페이스북을 보던 중 마음에 드는 신발을 발견했다. 그 신발을 사기 위해 시내로 나간 강 씨는 총 여덟 곳의 신발 가게를 돌았다. 모든 가게에서 자신이 원하는 신발이 품절되어 겨우 마지막 신발 가게에서 하나 남은 신발을 살 수 있었다. 그녀는 “요즘에는 한 번 유행하기 시작하면 그 유향이 너무 심해서 신발 하나 사기도 힘들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건 누가 봐도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옷을 따라서 비슷하게 입는 패션의 유행은 당연한 사회 현상이다. 하지만 그 유행이 너무 과해 대부분이 유사한 옷을 입는 것이 클론패션이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28, 울산시 남구 무거동) 씨는 손님들이 원하는 스타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김 씨는 “가게에 주로 오는 2~30대 손님들이 유행하는 스타일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손님들을 보면 그냥 유행하는 대로 남들과 똑같이 입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성대 의상학과 이경림 강의전담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모든 부분에서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이 많아 패션 트렌드를 따라한다고 지적한다. 타인과 차별되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는 국내 소비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특성은 쉽게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클론 아이템을 착용하려는 경향은 점차 줄어들고 앞으로는 개성적인 소비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