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기 편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생활한복이 젊은 층에게 재조명받고 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만 가끔 볼 수 있었던 우리나라 전통의복인 한복이 SNS의 단골손님이 됐다. 사진을 반드시 올려야 하는 SNS ‘인스타그램’에 ‘한복’을 치면 게시물이 약 12만 개가 검색될 정도로 많다. 주로 직접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많으며, 입고 싶은 한복이나 한복을 입고 해외 여행하는 사람들의 사진도 있다.
이를 놓칠세라, 한복은 젊은이들 입맛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생활한복’을 검색하면 이를 판매하는 여러 사이트와 블로그들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세탁이 번거롭던 한복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옷감을 데님이나 면 등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만든 한복도 있고, 한복 치마 길이를 줄이거나 옷고름을 단추로 대신하는 등 젊은 층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진 한복도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생활한복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한복들 사진 옆에는 “sold out”이 걸려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생활한복을 구입해서 평소에 입고 다니는 대학생 김정인(23,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씨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복을 보고 예뻐서 바로 구입하게 됐다. 김 씨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옷이면서도 불편하지 않아 자주 입게 된다”며 “한복은 저고리와 평소에 입던 청치마를 곁들여 입는 등 활용성도 좋다”고 덧붙였다.
젊은이들의 한복에 대한 사랑은 ‘한복데이’라는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2012년 9월, 전주 한옥마을에서 약 300명의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는 첫 번째 한복데이의 시작이었다. 그 후 2년 뒤인 2014년 10월에는 전주를 넘어 부산, 울산, 대구, 대전 등 5개 도시에서 한복데이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각 지역의 행사장에서 색색의 한복을 입고 즐기는 인원이 1만 명을 넘었으며, 올해 행사는 전국 10개 도시로 확대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4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한복을 응용한 패션을 선보인 ‘2015-2016 샤넬 크루즈 컬렉션 쇼’가 열리기도 했다. 8일자 <스포츠 조선> 기사에서 박술녀 한복연구가는 이 패션쇼가 한국 사람들은 결혼할 때나 시선을 주는 한복에 세계적 명품 브랜드 샤넬이 손을 내밀어 재탄생시킨 획기적인 사건이며 세계적으로 한복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한복이 왜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생활한복 디자이너 황이슬(29) 씨는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 번째 이유는 TV속 사극이나 예능, 영화 등 다방면에서 고운 색깔의 한복이 등장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SNS가 한복데이 등 이벤트를 통해 생활한복의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빠른 속도로 전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 번째 이유는 요즘 우리나라 해외 여행자들이 타국 문화를 즐기고 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외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서 ‘한복입고 세계여행’과 같은 이벤트도 벌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생활한복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생활한복 사진이 올라온 인터넷의 유명 커뮤니티의 댓글에는 망사 같은 비치는 소재로 몸매를 지나치게 노출하도록 만들어진 파격적인 한복 디자인은 한복의 품위와 미를 무너뜨린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나치게 변형된 생활한복이 과연 우리나라 전통의복인 한복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복진흥센터 전민정 팀장은 2015년 3월 20일자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한복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이때 오히려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생활한복을 비판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팀장은 “지금 한복의 개념은 역사 속 옛 의복이 아니라 새로운 패션이므로 한복을 옛 양식으로 제한한다면 역사 속에 나온 그대로 고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 제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실험과 제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