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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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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복
  • 부산광역시 금정구 김동욱
  • 승인 2015.05.1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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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샤넬(CHANEL) 2015·16 크루즈 컬렉션’이 진행되었다. 콧대 높기로 소문난 샤넬이 한국에서 패션쇼를 한다고 하니,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쇼가 시작되기를 학수고대했을 것이다. 언론들은 ‘패션계의 수장(首長)이 한국에 눈을 돌렸다’, ‘누구누구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현장에서 직접 관람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안타까울 뿐이었다. 명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샤넬이라는 브랜드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알려진 샤넬, 그 샤넬의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의 첫 방한이라 패션계는 몇 달 전부터 들떠있었다. 칼 라거펠트를 소개하자면, 샤넬 외에도 ‘끌로에’, ‘펜디’ 등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장본인이며 패션계에서 가장 입김이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그러한 그가 한복에 영감을 얻어 한국을 찾아온다는 소식에 나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나는 영상으로나마 샤넬 쇼를 볼 수 있었다. 오방색의 다양한 색의 의상들을 입은 모델들이 줄지어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멋지다’, ‘화려하다’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한국 모델도 있었지만 금발의 모델에게 가체(加髢)를 씌우고 속이 휜히 비치는 저고리를 입고 행렬하는 모습이 마치 한국에서 쇼를 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의상을 입은 듯했다. 나는 곧 무대까지 불만으로 여겨졌다. 형형색색의 물방울 무늬로 이루어진 무대였는데 화려하기는커녕 촌스러워 보였다. ‘외국인들이 바라본 한복의 이미지가 저럴까’ 싶은 생각에 불안하기까지 했다. 현장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저 사람들은 디자이너에게 보란 듯이 억지로 긍정의 반응을 보이는가 싶기도 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한복이 아닌 샤넬에 열광했던 것일까? 물론 디자이너의 영감(靈感)을 무시할 수 없다. 한복의 재해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으며, 이번 패션쇼를 통해 패션계에서의 한국의 위상 또한 상승했으리라. 하지만 감히 나는 말한다. 칼 라거펠트가 과연 한복에 관심이 있었을까? 전통 의상이라는 한복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샤넬의 콩깍지에 좌지우지될 것이 아니라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애석하게도 한복의 위치는 한국에서도 그다지 높지 않다. 1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하는 옷이 한복이다. 남녀노소가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든 개량한복도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평소에는 한복에 관심이 없다가 샤넬이 한복에 눈독들이자 왜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사랑했다는 듯이 한복에 열광할까? 세계화의 물살에 무조건적으로 올라타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근 한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 한복이 등장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과 얼싸안고 춤을 추다 치마를 들추는 모습이 비춰진다. 사극 속 양반들의 주색잡기를 흉내 내는 광대의 모습인 듯하다. 아이돌 가수의 음악적 자유분방함으로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이번 샤넬 쇼와 함께 생각해보자면 많은 사람들에게 한복의 의미가 잘못된 채로 굳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안타깝다.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화적 헤게모니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출 필요는 더더욱 없다. 지금껏 한복은 잘 지켜져 왔으며 앞으로 주체적으로 한복의 세계화를 이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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