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건축가’ 승효상에게 부산건축의 길을 묻다 / 차용범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승효상 편③]에서 계속. 이 글은 인터뷰 시점이 5년 전인 까닭에 일부 내용은 현 시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산건축? 분별없는 건축 많다, 답답하다
이제, ‘생각하는 건축가’ 승효상에게 부산건축을 묻는다. 독특한 건축철학을 가진 건축대가, 지칠 때면 해운대 바닷가를 찾는 부산사람, 그에게 부산건축에의 평가가 없을 수 있겠는가. “답답하다.” 그는 망설임이 없이 이렇게 말한다. “사실, 분별없는 건축이 늘고 있다. 부산의 지역적 정체성을 잃고 있다. 해운대나 광안리는 정체 모를 신흥도시로 변모하는 느낌이다.” 그는 부산의 부분들, 바닷가-산-시가지 부분을 보는 건축의 원칙과 방법이 서로 달라야 한다고 본다. 지금 부산은 그 개념을 잊고 있다고 본다. 최근 부산사회 일각의 난개발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훤하다. 해운대의 무분별한 개발을 지적하는 언론 칼럼들도 두루 꿰고 있다. “정말이지, 해운대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해변은 별로 많지 않다. 옛날의 와우산과 바다, 비록 남루하지만 시대상을 담은 건물, 그 절경들이 해체상태다. 해운대 ‘장소’ 곳곳에 고층건물만 늘어서면 삶의 흔적은 송두리째 없어진다.” 그래서 그는 미포 단골회집에서 밥을 먹고 해질녘 노을을 즐기면서도 ‘개발지역’에 눈길 두기를 꺼린다. ‘터에 새겨진 무늬’가 깡그리 없어지는, 그 터무니없는 현장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도시 디자이너 김석철의 글을 얘기한다. 유수 월간지에 기고한 건축이야기, “공중으로 치솟는 집 ’하늘의 게토‘ 될까 두렵다“이다. ’21C 바벨탑 초고층 주상복합‘에 초점을 맞추며, “반인간적, 반자연적 주거공간 문제 산적... 도시적 조건과 미래문명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주장이다.건축, ‘어떻게 무너질까’ 걱정하며 지어가야
건축가 승효상, 그는 김석철 박사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고층화, 역사적으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단, 평지, 사막도시에선 통할 수 있으나 해운대에선 그럴 수 없다. 고층화, 삶 자체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건축, 언젠가 무너진다. 여러 현대적 설비는 건축수명을 단축하기 마련이다. ‘이 건축, 어떻게 무너질까?’를 생각한다면, 과연 지금 양식을 택하겠는가?” 그의 코멘트 한 마디-“집은 황금알 부동산을 넘어 공공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건축 통한 삶의 진실 찾기... 건축가는 늘 새로워야”
‘생각하는 건축가’, 그는 어떤 건축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을까? 그는 일찍부터 ‘건축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온 사람 아닌가. 자신의 목표는 ‘건축을 통해 삶의 진실을 찾는 것’이다. 제자에게도 혹독하다. 그는 “나쁜 건축은 사람을 망친다. 건축을 희롱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는 건축의 인문학적 해석을 시도하며 인간위주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그가 듣고 싶은 평가도 바로 이럴 터. “부산사람 승효상, 부산으로 귀향할 생각은?” “지금은 어렵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 아직 그 절박함에 호응해야 한다. 내가 일을 벗어던질 때, 나는 기질 맞는 부산에서 살고 싶다.” 고향 부산에의 기대는? 부산은 대한민국 땅의 한계를 극복할,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부산은 넓디넓은 대륙의 끝을 마주보는 시, 종착점 아닌가. 부산, 맡아야 할 몫을 잘 감당해 주면 정말 좋겠다.... 인터뷰 끝에 오간 말, “오늘 얘기, 파문을 빚거나 구설에 오른다면?“ 그는 단문으로 대답한다, ”난, 신경 안쓴다. 맷집이 좋으므로.“ 그는 지금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성공에 ‘올인’하고 있다(편집자주: 인터뷰 시점이 5년 전임). 이 일에서 앞으로 맡아야 할 일을 생각할 계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건축가는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땅이 다르면 건축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늘 새로워지려 노력하는 건축가 승효상, 그 속 깊은 변신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장복만 편①]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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