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남
오늘 부산도 영하 3도를 기록한 꽤 차가운 날씨다. 하지만 하늘엔 구름 한 톨도 없고 땅에는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이다. 해운대 동백섬을 둘러싼 바다가 눈이 시린 쪽빛이어서 일상의 속된 언어로는 그 아름다움을 전할 길이 없어 안타깝다. 해운대 바다는 태고적부터 그대로이고 바로 건너 오륙도도 여전 오륙도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다. 오른 쪽으로 바다 위에 광안대교가 길게 걸려있어 이름 그대로 더넓은 광안리(廣安里) 해수욕장을 어둡게 가리고 있다. 왼쪽으로는 3개의 거대한 엘시티 건물과 끝없이 펼쳐진 아파트 숲이 확 트인 해운대 해수욕장 흰 모래밭과 푸른 앞 바다를 숨막히게 압도한다. 1000년 전 이곳을 처음 찾아 '해운대'라 이름붙인 신라 대학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에게 부끄럽다. 유치환의 "해원(海原)에 펄럭이는 깃발"과 그 "소리없는 아우성"은 바닷가에 즐비한 수많은 호텔들에 덮여 언젠가의 머나먼 전설로만 남은 듯하다. '천혜(天惠)의 절경 해운대'는 후손들의 개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나 할까. 해운대 바다도 동백섬도 천혜가 아니라 거대한 인공(人工客服) 축조물로 변신하고 있다.
2018년 12월 11일, 묵혜(默惠)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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