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로자들의 장시간 노동 스트레스가 힐링 카페의 원인...튀어야 사는 카페 시장 포화 상태도 일조 / 최승훈 기자
‘힐링(healing)’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 등 주요 분야에 자주 등장했던 키워드다.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뜻하는 힐링은 바쁘고 반복적인 일상에 찌들어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원동력을 제공했고, ‘힐링여행’, ‘힐링캠프’ 등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혀가면서, 어느덧 우리 삶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힐링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자연이 아닌 도시에서도 이색적인 힐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들어섰는데, ‘힐링 카페’가 그 대표적인 예다. 힐링 카페는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카페라는 공간에 힐링이라는 키워드를 접목시킨 이색 카페다. 주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힐링을 찾는 소비자의 심리를 겨냥한 힐링 카페는 바쁜 현대인에게는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시켜주는 휴식처이자, 연인들에게는 특별한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스터힐링’은 숙면과 안마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수면 카페다. 전국에 약 100여 개의 매장이 있으며, 부산에는 총 7곳이 있다. 카페는 크게 안마를 받을 수 있는 힐링룸과, 커피나 음료를 마시거나 보드게임을 즐기는 카페룸으로 나누어져 있다. 힐링룸은 수 십 대의 안마기와 맑은 산소를 공급해주는 산소 존으로 구성돼 있으며, 손님들은 이곳에서 약 50여 분 동안 전신 마사지를 받는다. 카페룸은 힐링룸에서 마사지가 끝난 손님들이 커피나 음료를 마시거나 보드게임을 즐기는 공간이다. 대학생 박세환(24, 부산시 남구) 씨는 며칠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 박 씨는 “힐링 카페에서 친구와 카페에서 안마도 받고 커피도 마시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바쁜 일상 속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힐링시켜주는 카페도 있다. ‘힐링카페 멘토’는 사람을 아홉 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이론인 ‘에니어그램(Enneagram)’을 토대로 성격 유형을 분석해 이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해 주는 일종의 심리카페다. 전국에 총 13개의 매장이 있으며, 부산에는 3곳이 있다. 카페에서 손님들은 각종 심리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뜻깊은 시간을 가진다. 대학생 박찬호(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이곳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진지하고 정확한 상담을 해주어 좋았다”며 “요즘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상담 덕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힐링 카페가 등장하게 된 이면에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내포되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70시간보다 354시간 더 길며, 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28시간) 다음으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시간 근로로 인한 피로감이 큰 편이며, 이를 해소하고자 힐링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좀처럼 식지 않는 힐링 열풍은 더 나아가 도심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에까지 이르렀다.
카페 창업 시장의 치열한 경쟁도 힐링 카페의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였다. 그러나 최근 이색적인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애견카페, 만화카페, VR카페 등 커피를 마시면서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는 카페들이 등장했다. 결국 힐링 카페도 다른 카페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치열한 창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한 힐링 카페의 직원인 김태완(30) 씨는 “사람들이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까 쉬어가는 공간들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워낙 먹고 살 길이 없으니까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하면서 생겨난 게 힐링 카페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힐링 카페의 등장으로 인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패스트푸드처럼 짧은 휴식을 즐기는 ‘패스트 힐링(fast healing)’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까운 힐링 카페를 방문해 잠시 쉬는 게 멀리 여행을 가거나 오랫동안 스파를 받는 것보다 시간을 소비하는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또 다른 힐링 카페의 점주인 이애경(56) 씨는 “보통 주말에는 야외로 나가서 쉴 수 있지만, 주중에는 그러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힐링 카페는 주 중에 멀리 나가기보단 가까운 곳에서 잠깐 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힐링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수면 카페, 심리 카페 등 다양한 종류의 이색 카페가 등장했고, 어느덧 힐링 카페는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나마 편히 쉴 수 있는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