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3D 프린팅은 여전히 일반인에게 낯선 기술이다. 3D 프린팅 스타트업 ‘이즈굿’의 황용준(28) 대표는 1년 6개월 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황 대표는 사업적 성공 외에도 많은 사람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3D 프린팅의 매력과 가능성을 알리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에게 3D 프린팅 창업 세계를 들어본다.
황용준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황 대표는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할 때 창업에 눈을 뜨게 됐다. 처음엔 미국 유학 전 단계로 호주에서 워킹할러데이를 보냈지만, 창업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 왔다. 황 대표는 “호주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굳이 다른 나라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만의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창업을 생각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2016년의 끝무렵에 한국으로 돌아온 황 대표는 바로 창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2017년 3월 지역 젊은 사람들의 모임에 참가한 황 대표는 그곳에서 많은 젊은 창업자를 만날 수 있었다. 황 대표는 “당시 만났던 선배 창업자들이 해준 조언과 응원 덕분에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 단계에 들어간 황 대표는 반년 동안 사업계획서를 쓰거나 플리마켓을 돌면서 어떤 사업 아이템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친구가 3D 프린팅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당시 친구의 제안이 좋기도 했고, 3D 프린팅 분야 자체도 비전이 있어 보여서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지굿을 막 설립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항 대표는 3D 프린팅 기술로 다양한 악세사리나 인테리어 용품을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예상하지 못한 행운이 찾아왔다. 이지굿이 참여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에 장관상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창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업 첫해인 2017년은 경진대회 우승이라는 좋은 소식으로 마무리했지만, 정작 그 다음 해인 2018년은 어려운 순간이 넘쳐났다. 그는 “창업 후에는 학교에서 배웠던 것보다 할 일도 많고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사업을 지속가능성 있는 단계로 끌어올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2017년이 외연을 확장하는 해였다면, 2018년은 사업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청년이 창업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말했다. “청년 창업이 힘든 건 자본금도 충분하지 않고 공간도 부족한 데 있다. 나 역시 초창기에 그랬다.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회사를 이끌어 갈 역량이 없으니 지원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지금은 시나 공공기관, 심지어 대학교에서도 자금이나 공간을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청년들이 창업에 필요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런 지원이 1:1로 매칭되도록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즈굿은 동아대학교 하단캠퍼스 창업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곳에서 본인을 포함해 총 3명의 인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황 대표가 전반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으며, 다른 팀원들은 각각 3D 프린팅 작업, 행정, 영업, 디자인을 돕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적은 팀원으로 꾸려왔다. 하지만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조만간 인력을 충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즈굿은 원래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뽑아주는 서비스만 제공했다. 지금은 3D 프린팅의 도면을 그리는 '모델링'과 중, 고등학생에게 3D 프린팅을 교육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별탈 없이 사업을 잘 이끌어오고 있다. 사업도 기대 이상으로 순항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한국의 3D 프린팅 산업 전반을 희망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3D 프린터도 굉장히 비싼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앞으로는 더 저렴한 프린터가 많이 출시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3D 프린터 이용자가 늘게 되면, 3D 프린팅 출력 이외에 모델링이나 교육 쪽으로도 수요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3D 프린팅의 활용 분야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실제 사례만 봐도 항공 분야에서 비행기 부품을 제작하는 사례도 나왔고, 건설 분야에서도 3D 프린팅을 활용한 적도 있다. 심지어 의료 분야에서 인공 장기 등을 만드는 데도 3D 프린팅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자신의 향후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많은 사람들에게 3D 프린팅을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중에서 특히 많은 청소년들에게 3D 프린팅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기술을 통해 자신이 떠올린 바를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게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3D 프린팅을 좀 더 대중화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 방법으로 유튜브에 ‘메이킹굿’이라는 채널을 만들어서 3D 프린팅에 관한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다. 아직까지 부족하긴 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영상을 올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