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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더독(Wag the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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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더독(Wag the Dog)
  • 편집위원 양혜승
  • 승인 2015.07.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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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더독’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누가 생각해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은 분명 비정상이다. 몸통이 꼬리를 흔들어야 정상이다. 원래 이 용어는 주식시장에서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칭하는 것이었다. 대상물도 없이 거래하는 선물시장이 대상물을 두고 거래하는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비정상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용어의 쓰임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경제현상, 심지어는 정치현상에도 적용되곤 한다. 본말이 전도된 현상을 비유하는 것으로 보면 대개는 큰 무리가 없다.

최근 국회법 개정안 사태를 바라보며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벌이는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친박과 비박의 힘겨루기는 꼴사납다. 사태의 출발은 국회법 제 98조 2항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기존에 이 조항은 정부의 시행령이 법률과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가 정부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가 정부에게 해당 시행령의 수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정부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정이었기에 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일처리를 했다고 해서 여당의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찍어내려는 모양새는 불편하다 못해 언짢다. 대통령의 권한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으면 족하다. 연일 언론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만을 다루는 형국이다. 친박과 비박의 싸움이 뉴스의 핵심이 되었다. 국회법 개정이라는 몸통은 사라지고 정치인 한 명의 거취 문제라는 꼬리만 보인다.

사실 국회법 개정안도 그 출발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정부의 이 시행령은 진상 규명을 위한 요직에 각 부처 공무원들을 배치시켜 비판을 받았다. 참사 책임과 관련해서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개정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사안이 대신하더니 이제 급기야 유승민만 남은 셈이다.

소위 성완종 리스트 사태도 마찬가지다.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자원외교 비리에서 비롯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따지기 위해 출발했던 일이 결국 한 경제인이자 정치인의 죽음과 그의 데스노트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데스노트에 오른 여권 정치인 대부분은 소환조사도 없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가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자원외교 비리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성완종 리스트로 옮겨가더니 지리멸렬에 빠졌다. 그 와중에 본질을 되돌아보려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2015년의 한국을 공포와 불신으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는 또 어떠한가. 메르스가 한국 교유의 가족간병과 병문안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본질은 초기 대처에 미흡했던 보건당국의 무능력함에 있었던 것 아닌가. 번지수도 제대로 못 짚는 언론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은 하기야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이름도 익숙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임명된 지 5개월 만인 2013년 9월에 옷을 벗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관련 수사를 너무 소신 있게 밀어붙여 정권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결과라는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채동욱이라는 이름을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결부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혼외 아들 의혹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훨씬 많다. 실제 우리 언론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라는 국가적 사안보다 검찰총장 개인의 사생활을 더 부각시켰다.

우리 사회의 왝더독 현상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 정도라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몸통은 사라지고 꼬리만 남아 춤추는 형국이다. 부하뇌동하면서 정치권에 끌려 다니는 언론에 큰 책임이 있다. 꼬리가 흔들린다고 해서 몸통이 함께 흔들리게 두어서는 안 된다. 사안의 본질을 끊임없이 조명해야 한다. 물론 더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기조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거듭 강조해 왔다. 하지만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대부분의 굵직한 일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자초한 것들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먼저 나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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