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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이바구길에 자전거 할아버지 도슨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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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이바구길에 자전거 할아버지 도슨트 등장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5.07.2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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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자전거에 관광객 태우고 부산의 역사, 문화 해설...새 관광명물로
▲ 이바구 자전거의 시니어 도슨트(문화재 해설사)가 이바구 담장을 가리키며 관광객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자전거에 모터를 달고 달리는 자전거를 전동자전거라 부른다. 자가용과 오토바이가 흔하지 않던 60년대에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전동 자전거가 부산 동구 초량동 ‘이바구 길’에 다시 등장했다. 전동 자전거 운전자는 빨간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고, 뒷좌석에는 이바구길 관광객 두 명이 타고 있다. 어르신은 전동 자동차 탑승객들에게 “1950년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여기 내려와서 1970년까지 여기서 힘들게 살았어요. 여기 담장에 걸려 있는 이 사진들을 보시면, 당시 힘겹게 살아간 모습들이 담겨있어요. 사람이 살라면 일감이 있어야 되죠? 당시 피난민들은 바로 요 앞 부두에 배가 들어오면 배의 물건을 옮기는 인부로 먹고 살았어요”라고 설명해준다. 부산 동구의 초량 이바구 길을 달리며 관광객들에게 부산의 근대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바구 자전거가 부산의 새로운 관광명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이바구 자전거가 반환점을 돌고 다시 내려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이바구는 경상도 방언으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바구 자전거는 관광객과 함께 전동 자전거를 타고 부산 동구 초량동의 이바구 길을 탐방하면서 명소들을 소개하고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종의 관광 상품이다. 이와 비슷한 관광 상품으로는 서울 홍익대의 명물 인력거, 태국의 씨클로가 있지만, 이들과 다른, 이바구 자전거만의 특이점이 있다. 바로 운전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어르신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시니어 도슨트(docent, 문화재 해설사)라고도 불린다. 어르신들이 이바구 자전거를 운전하게 된 이유는 동구청에서 시작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진행되면서부터다. 이바구 자전거는 CJ대한통운이 협찬하고 동구청과 동구청 시니어클럽에서 주관하고 있다. 동구 시니어 클럽의 최미선 씨는 “다른 나라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관광을 자주 하는데, 이 점을 부산의 초량 이바구길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이바구 길도 소개해 보자고 해서 지금의 이바구 자전거라는 관광 상품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바구 자전거를 타고 관광 해설사가 된 어르신들은 생활의 활기를 되찾았다. 이바구 자전거의 시니어 도슨트 김성흥(67) 씨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바구를 나누는 것이 매일 매일 즐겁다. 또, 내가 아는 것을 얘기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운 관광이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바구 자전거는 60에서 65세 사이의 어르신들이 운전하는 만큼 안전을 위해 삼륜 전동 자전거 형태로 개조됐다. 운행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 단위다. 현재, 8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어르신 32명이 교대로 운전한다.
▲ 부산역 광장에 위치한 이바구 자전거 부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이바구 자전거 이용방법은 부산역 광장에 위치한 이바구 자전거 부스에서 티켓을 구입한 뒤 시니어 도슨트를 따라 부산역 횡단보도 맞은편 CU편의점 앞으로 가면 된다. 이용 요금은 어른과 함께 타는 초등학생 미만 어린이는 무료이고, 초등학생 7,000원, 청소년과 성인은 각각 1만원이다. 운행 코스는 부산역 앞 CU편의점을 출발해서 초량의 이바구 길을 따라 가량백제병원, 남선창고 터, 초량교회, 이바구 담장, 168도시락국, 6·25막걸리, 이바구 충전소, 유치환우체통(반환점)을 거쳐, 소림사, 차이나 특구(상해거리)로 내려와 종착지인 부산역 광장 맞은 편의 CU편의점에 도착한다. 종착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15분가량이다.
▲ 이바구 자전거의 하이라이트인 유치환 우체통의 전망대의 모습. 멀리 부산항이 한눈에 보이며, 그리움이 있는 우체통, 시인 유치환의 시 <행복>의 시비가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이바구 자전거의 하이라이트는 반환점에 있는 유치환 우체통이다. 청마 유치환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기념관의 전망대에 ‘그리움이 있는 우체통’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중략)”

이 우체통은 이렇게 사작되는 유치환 선생의 대표적인 시 <행복>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것으로 우편물을 넣으면 1년 뒤 수취인에게 배달된다.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1년 뒤 자신 혹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뜻 깊은 추억을 남긴다. 곽섭원(22, 부산시 금정구 부곡 2동) 씨는 현재 군인 신분으로 제대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제대 후의 나 자신이 흔들리지 말라고 썼다. 재밌는 경험이었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바구 자전거는 앞으로 어르신들의 외국어 능력을 활용하고 간단한 통역이 가능한 통역기를 설치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최미선 씨는 “이바구 자전거를 운전하는 어르신들 중 중국어가 가능한 분이 절반가량 계신다. 중국인에게 완전한 통역까지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의 설명까지는 가능하다. 앞으로 통역기 등을 추가하여 외국인 관광객들도 편히 이용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바구 담장에 걸린 사진들을 통해 어르신들이 당시 피난민들의 힘들었던 생활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1950년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부산에 몰려와 힘들게 살았던 삶의 이야기들, 힘듦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지만, 부산 동구 초량동의 이바구 길에는 힘든 과거를 전하는 오늘날의 건강한 노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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