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 서비스 러닝 ‘시니어 패션사진’, 감만 사회복지관 어르신 상대 성황리 개최 / 류효훈 기자
“화창한 가을날에 마주친 국화
아름답고 정말 좋구나
찬란한 내 인생처럼
아름답게 계속 피어 있어다오.”
어느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자신이 찍은 가을국화 사진 밑에 자신이 쓴 시를 전시장 벽 한 켠에 적어 놓았다. 얼핏 보면 전문가의 느낌이 솔솔 든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다름 아닌 부산 남구 감만 종합 사회복지관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29일부터 이틀간 경성대 제2미술관에서 열린 ‘시니어 패션사진전’을 통해 자신의 재량을 마음껏 뽐냈다.
시니어 패션사진전은 경성대 사진학과 패션사진연출 실기 과목의 '서비스 러닝(봉사하며 배우다)'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서비스 러닝은 학생들이 현장에서 지역주민들에게 학과목과 관련된 개인의 재능을 기부하면서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경성대는 재능을 기부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이 이뤄진다고 보고 강의실과 주민 봉사를 연결하는 수업을 다수 개발했다. 그 이름이 바로 서비스 러닝이다.
어르신들은 경성대 김문정 사진학과 교수의 주도로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10명의 사진학과 학생들과 함께 팀을 이뤘다. 이들은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9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10주 동안 사진 찍는 법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배워나갔다. 이후 원하는 주제로 일상에서 사진을 찍은 뒤 직접 작품 설명을 손 글씨로 써서 전시장 벽에 붙이고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다.
더불어 패션사진연출 실기 과목인 만큼 어르신들은 패션모델로도 변신했다. 이들은 멋진 옷을 입고 스튜디오에서 패션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특히, 이들의 패션 사진은 전문모델 못지않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서로 동료의 모델이 되어 주고 또 동료 모델의 사진 작가가 되어 주었다.
어둠이 막 찾아온 29일 오후 6시부터 오프닝 행사가 진행된 시니어 패션사진전은 경성대 부총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전시장을 들어가자, 입구의 모니터에는 그간의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상영됐다.
이후 멋진 옷을 입고 찍은 어르신들의 패션 사진들이 전시장 양쪽 벽에 걸려있었으며, 중앙 벽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찍은 다른 풍경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장의 사진작가 어르신들은 한 명씩 마이크를 들고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본인의 작품을 설명했다.
조해순 씨는 자신의 동네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을 소개했다. 조 씨는 “우리 동네를 걷다가 낡은 골목길에서 고양이를 발견하면서 찍었다. 더구나 이 골목은 곧 재건축에 들어간다고 하니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작품 설명이 모두 끝난 뒤, 어르신들은 자신의 학생 선생님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한 어르신은 “나이 많은 사람 다 싫어하는데 그런 내색 한 번 안코 옆에서 정성껏 지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교육 끝나고 다음에 만나면 꼭 커피 한 잔이라도 대접하고 싶다. 정말 고마워”라고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행사가 끝난 뒤 조해순 씨는 자신의 패션사진을 얼른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매주 목요일 10시마다 모였는데 몇 번 행사가 겹쳐서 빠졌는데 아쉬웠다. 셔텨 스피드, 조리개라든지 전문용어를 배우면서 진행했는데 너무 좋았다. 이런 프로그램이 더욱 활발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니어 패션사진전의 어르신 작가들의 학생 선생님이었던 권지민 씨는 이번 프로젝트가 두 번째다. 그는 “1학기에도 서비스 러닝을 하면서 어르신들을 가르쳐드리고, 어르신 사진도 찍고 전시를 하며 보람을 느껴서 한 번 더 참가하게 됐다”며 “재능 기부 형식의 봉사였지만, 우리가 얻어가는 것들이 더 많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촬영해볼 수 있었고, 어르신들과 교감하면서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서비스 러닝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서 받은 지원금을 이번 전시회에 비용으로 기부했다. 그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어르신께 결과물을 프린트하고 액자로 만드는 데 지원비가 사용됐다. 시니어 패션사진전은 이렇게 설렘으로 시작해서 훈훈함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