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복지 사각지대 발굴 사업'으로 2년 전 설치했지만 들어온 사연은 달랑 두 건 / 박찬영 기자
지난 2015년 3월 부산 해운대구는 구민들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취지로 행복배달우체통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구민들은 행복배달우체통의 존재조차 잘 모르는 데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행복배달우체통’은 우체통 옆에 비치된 엽서에 본인이나 주변의 사연을 적어 넣으면 해운대구가 일주일마다 거둬 심사 후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사업의 하나다. 우체통은 반송주공아파트 입구, 반송우체국, 반여2동, 해운대역, 송정해수욕장, 해운대백병원 등 총 10군데에 설치되어있다. 당시 해운대구는 이의 활용을 위해 우체통의 설립 취지를 반상회와 구보 등을 통해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체통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했다. 하지만 구민들은 행복배달우체통을 인지하지 못했다.
김미애(4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행복배달우체통이 설치된 반송우체국을 매일 지나다니지만 행복배달우체통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김 씨는 행복배달우체통이 있다는 말에 "그런 것도 있었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사연을 보내면 진찌 해결해 주는 거냐”고 되물었다.
오승현(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학교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행복배달우체통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눈여겨 본 기억이 없다고 전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핸드폰만 보니까 행복배달우체통이 있다는 걸 몰랐다"며 “다음에 버스정류장에 갈 때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홍보도 잘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우체통의 문이 부서지거나 쓰레기가 들어차 있는 등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박모(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행복배달우체통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내가 본 우체통은 문이 사라진 상태였다. 사연을 보낼 엽서도 구비돼 있지 않아 이용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원래 취지는 행복배달우체통에 사연이 도착하면, 관할 지역에 있는 담당자가 구민들의 요구사항을 접수한 후 사연을 해결해 주는 것.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설치 이후 우체통에 전달된 사연은 2016년에 들어온 단 2건이 전부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이 2건은 사연을 보낸 이의 상황에 맞게 긴급 생계비 지급 혹은 지원 사업 연계를 통해 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들어온 사연이 없다. 관계자는 원인으로 사각지대나 동 단위로 실시하는 전수조사를 꼽았다. “전수조사를 통해서 문제를 발굴하다 보니 사실상 사연이 들어오는 건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사연이 적다보니) 관리가 소홀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관리가 잘되지 않는 행복배달우체통에 구민들이 반응은 차갑다. 이모(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엽서도 없고 우체통도 부서진 채로 방치해두니 보기에 안 좋다”며 “이럴 바에야 없애는 게 낫지 않나”라고 혀를 찼다.
한편 부산 중구도 후원 나눔사업인 행복수놓기 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부터 11개의 ‘행복우체통’을 운영 중이다. 2016년에는 57건의 사연을 접수해 물품 등 생계 지원, 교육비 및 의료비 등 총 1000만 원의 행복수놓기 후원금을 지원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중구는 올해도 중구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행복우체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