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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고라니처럼..."도심 차로 위 ‘자라니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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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고라니처럼..."도심 차로 위 ‘자라니족’ 비상
  • 취재기자 천동민
  • 승인 2017.02.23 19:01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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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때도 없이 자전거 불쑥 뛰어들어 운전자들 혼비백산 일쑤....사고도 급증 중 / 천동민 기자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지만, 일부 저전거 운전자들이 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천동민).

자전거가 부담 없는 이동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보유 대수는 2006년 620만 대에서 2015년 1,022만여 대로 자전거 1,000만 대 시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자전거가 널리 보급되면서 자전거 사고 또한 급격히 늘어나 운전자나 보행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자전거 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0년 1만 1,439건이던 자전거 사고는 2014년 1만 7,471건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전거 대 자동차 사고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기사 박영철(42, 부산 남구) 씨는 운전 중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전거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인다. 그는 “특히 부산의 광안리해수욕장 앞을 운전할 때면 자전거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부주의한 자전거 운전자들을 고라니에 빗댄 ‘자라니족’으로 부르는 신조어도 나왔다. 산길 주행 중 갑자기 도로 위로 튀어나와 이른바 '로드 킬'을 일으키는 고라니처럼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붙은 이름으로, 운전자와 보행자의 불안감을 담은 표현이다. 

SBS의 <맨인블랙박스>의 지난해 23일 방송에선 역주행하던 자전거와 자동차의 충돌사고가 발생해 역주행 자전거와 의뢰인 자동차 사이의 사고 과실비율이 100 대 0으로 판정이 난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역주행 자전거를 운전한 운전자가 자동차 수리비까지 물어줘야 하지만, 돈이 없어 자동차 수리비를 줄 수가 없다며 오히려 병원비가 부족하니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해 결국 자동차 운전자가 <맨인블랙박스>에 의뢰하게 됐다는 것.

이 프로그램에서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전거나 우마차, 손수레 등도 모두 도로교통법에서는 차(車)로 분류된다"며 "자전거와 자동차도 사람 대 차가 아닌 차 대 차의 교통사고라 얼마든지 100 대 0 이라는 판정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한모(29, 부산 금정구) 씨는 지난해 가을 부산 금정구의 한 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자전거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 한 씨는 “신호를 받아 출발하는데 옆에서 갑자기 자전거가 튀어나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뒤따르는 차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만약 차가 있었으면 분명 사고가 났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전거는 면허가 필요 없어 취미활동이나 가까운 거리를 타고 다니는 일상적 도구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래서 교통법규와는 무관한 운송수단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는 엄연히 차로 분류돼 자전거를 타고 신호를 위반하거나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는다.

이런저런 불법 적치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막혀있는 경우도 많아 자전거 운전자들의 안전 대책도 시급하다(사진: 취재기자 천동민).

하지만 자전거 운전자들도 불만이 적지 않다.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는 대학생 이경찬(25, 부산 해운대구) 씨는 “대부분 도시에 자전거도로가 부족한데다, 엄연히 자전거가 차도로 다닐 수 있지만,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눈엣가시로 여긴다”며 “자전거를 보유한 사람은 많아졌지만 자전거에 대한 보호 정책이나 여건은 그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대학생 변준호(22, 경남 창원시) 씨도 “자전거를 타면 부득이하게 도로를 가로지르는 등 다소 위험한 운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전거도로나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도 적은 터에 차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는 당연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자전거가 다니게 돼 있는 오른쪽 차선은 평소 시간대는 자동차가 함께 다니게 돼 있고,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전용차로로 사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자전거 운전자들은 자동차 운전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이따금 험한 말을 듣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로 공사라도 하면 시골 비포장도로보다 노면이 더 울퉁불퉁하고, 대형트럭이 지나가면 자전거 운전자들은 가슴을 덜컹해질 만큼 위험하다.

부산의 한 자전거 동호회 회원 김모(30, 부산 수영구) 씨는 자전거 운전자에게만 안전장비 착용이나 안전교육 이수 등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이나 자전거 운행에 따른 법적 제도를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씨는 "자동차 운전자들도 자전거가 엄연한 교통수단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자동차 운전자와 자동차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고 불만이 나오지 않는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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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맘 2017-02-26 21:55:06
자전거를 타면 부득이하게 도로를 가로지르는 등 다소
위험한 운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많은
배려가 있어야될것 같아요...

깡구 2017-02-26 21:45:11
신조어 또 탄생이네요~자라니족!
눈 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신조어가 나오니
웃기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요즘이네요~
자전거 운동효과도 있어서 좋긴하다만..
자전거 운전자도 신경써서 질서 지켰으면 좋겠어요
저도 운전하다가 학생이 아파트 단지 입구 앞을
그냥 휙하고 건너가는 바람에
심장이 두근댔던 적이 있거든요..
차량 운전자도 항상 잘 살펴야겠고,
자전거 운전자도 조금씩만 주의해서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전!!!^^

가가멜 2017-02-26 21:39:01
자전거를 이용하는 분들이 급증하면서 이런 문제가 나타나게 되네요. 대책이 필요하네요.

민재맘bin 2017-02-26 20:16:12
자전거도로가 명확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운전자 및 자전거 이용자도 서로 행복한 도로문화가 되면 좋겠어요~

호이호이호이 2017-02-26 16:32:28
경제적문제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는데
그에 따른 법규나 환경적 여건이
부족한것 같네요
자전거 이용시 필요한 제도 마련과
자전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하루 빨리 자리 잡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