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가동중인 '168계단 모노레일', 노인들에겐 효자 노릇
인정이 느껴지는 쉼터, 음식점, 전망대 등 다양한 볼거리 즐비
부산 초량 이바구길 168계단에 노란 가을 국화꽃이 활짝 피었다.
부산 동구청은 꽃골목추진위원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새마을부녀회, 그리고 통장협의회 회원 20여 명이 지난 7일 168계단 및 48계단에 노후된 화분을 정리하고 가을 국화 150본을 식재했다고 13일 밝혔다.
동구청 관계자는 “계절초화를 식재함으로써 이바구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부산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이바구길. 이곳의 볼거리 중 하나인 168계단은 말 그대로 168개의 계단으로 경사 45도에 약 40m의 길이인 위험한 계단이지만 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잇는 유일한 계단이라 주민들은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고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6월부터 동구청에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168계단 처음과 끝을 잇는 길이 약 60m, 기울기 33도의 모노레일을 설치, 운행을 시작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모노레일은 지역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모노레일 개통과 함께 계단 초입의 초량우물도 옛 정취를 담은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모노레일 일대에는 전망대, 전시관, 공작소 등 다양한 문화·전시공간도 들어서 있다.
소녀 시절부터 이곳에 거주한 지역주민 김모(80) 할머니는 "모노레일 설치 이전에 물을 긷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렸던 게 생각이 난다. 모노레일이 설치되고 훨씬 살기 편해졌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 동네에 활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초량 이바구길을 포함한 동구 일대는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부산의 산업화 부흥기를 모두 겪으며 부산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이바구길은 특히 부산 최초의 근대식 물류창고였던 ‘남선창고’와 층계마다 피란민들의 설움이 밴 ‘168계단’, 영화 한 편으로 울고 웃게 했던 ‘범일동 극장트리오’, 가냘픈 어깨로 부산의 경제를 지탱했던 신발공장 여공들의 발길이 오가던 ‘누나의 길’과도 연계되어 추억과 역사를 함께 느끼게 한다.
이바구길에는 쉼터인 '이바구충전소’와 ‘까꼬막’, 그리고 식당인 ‘6·25 막걸리’와 ‘168도시락국’ 등도 볼거리다. 이들 장소는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지어져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간의 가교’가 되고 있다. 168도시락국에서 육계장을 직접 먹어보니 지역 주민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초량에 10여 년 동안 거주한 반모 씨(28)는 “지역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나이드신 어른들은 살기 힘든 곳인데, 모노레일 등이 있고, 관광객도 찾아와 점점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