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부터 부산 광안리에서 바다 내음이 아닌 빵 굽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옵스’와 같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베이커리가 하나둘 여기서 지점을 내기 시작하더니 제각각의 다양한 특색을 가진 여러 빵집들이 들어서면서 ‘빵집거리’로 변모한 것이다. 주민들은 이 일대의 지명 ‘남천동’ 대신 ‘빵천동’으로 부르고 있고, 부산시도 ‘빵집 테마거리’로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남천1동 남천동로19 일대 빵천동 초입에 들어서면, ‘빵천동 첫집’이라는 간판을 내건 ‘홍옥당’을 만날 수 있다. 국산 팥을 직접 쑤어 사용한 통단팥빵이 유명한 곳이다. 여름에는 팥빙수, 겨울에는 단팥죽을 판매한다. 가장 인기가 좋은 통단팥빵은 조금씩 자주 만들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춘다면 갓 구운 따끈한 빵을 맛볼 수도 있다. 평소 이 집을 자주 애용한다는 김모(29, 부산시 수영구) 씨는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만드는 프랜차이즈 빵집과 달리 팥을 직접 만드는 것이 마음에 들고 맛 또한 좋아서 자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옥당에서 나와 건너편 남천 삼익비치아파트 대단지 입구에는 거의 모든 제품을 순쌀로 만들어 파는 ‘순쌀빵’ 베이커리가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빵을 쌀로 만들어 밀가루보다 부드러움은 덜하지만 떡처럼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쌀로 만든 빵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그 다음집은 유기농 타르트 전문점 ‘무띠’이다. 독일어로 ‘엄마’를 뜻하는 무띠의 대표 메뉴는 각종 견과류, 계절 과일을 올린 타르트와 수제 쿠키가 유명하다. 부산시 동래구에 거주하는 정지윤 씨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유기농 재료로 만든 제품이라 안심이 되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무띠에서 5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프랑스인 대표가 운영하는 ‘메트르아티정’이 위치하고 있다. ‘장인’이라는 뜻의 메트르아티정은 프랑스 비롱 제분사의 직수입 밀가루를 이용하며 천연 발효종 르방(Levain)과 100% 우유 버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크루아상과 바게트, 특히 피스타치오, 블루베리, 호두, 소시지 등을 이용한 크루아상은 이 집의 스테디셀러다. 박모(부산시 기장군) 씨는 “보통 빵집들은 일반적인 반죽으로 한 밋밋한 크루아상을 파는데, 여긴 여러 재료가 들어가면서 형형색색에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천동 일대가 여러 빵집이 들어서면서 빵천동으로 변한 것은 몇 년전부터 아파트 단지와 골목 주택지를 중심으로 학원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방과 후 학원과 학원 사이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학생들이 밥 대신에 빵으로 허기를 달래기 시작하면서 빵집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앞에 소개한 빵집 이외에도 여러 빵집들이 많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빵집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부산시에 의해 ‘빵집 테마거리’로 홍보됐으나 이제 단순 테마거리가 아닌 남천동 하면 광안리 바다가 아닌 빵이 먼저 생각나는 유명한 동네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