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도 예쁘고 건강에 좋아 신세대 어른들 모두 만족...전문가 "퓨전 떡은 K-푸드 상품화 가능" / 이아명 기자
화려한 꽃 장식과 함께 “건강하세요”라는 문구가 써진 예쁜 케이크가 보인다. 시각적으로 일반 케이크와 다르지 않지만, 이는 백설기로 만들어진 퓨전 떡 케이크다. 꽃 모양의 앙금으로 장식된 퓨전 떡 케이크는 ‘앙금케이크’라고 불리며 주문제작 형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5만 원에서 8만 원 대로 일반 케이크보다 비싸고 크기는 조금 크다. 대학생 윤지혜(22, 부산 북구) 씨는 “모양도 예쁘고 쌀로 만들어져서 다이어트 신경 안 쓰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어른들도 케이크보다는 떡을 선호하셔서 가족 생일에 종종 주문한다”고 했다.
설날, 추석 등 각종 명절부터 돌잔치, 제사 등에 이용된 우리나라 떡의 역사는 길다. 케이크나 빵 등 외국 디저트가 등장하면서 특히 20, 30대들에게 떡의 인기가 주춤했다. 하지만 전통 떡이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떡의 재료에 각종 다른 재료를 혼합하기도 하고 서양 케이크처럼 시각적인 멋을 부려 퓨전 떡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
퓨전 떡은 사람들에게 왜 인기가 많아졌을까? 퓨전 떡은 기존의 전통 떡에서 볼 수 없었던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가미됐다. 퓨전 떡의 한 종류인 앙금케이크는 꽃모양의 앙금으로 된 장식과 레터링(축하 문구를 케이크에 새기는 것)이 사람들의 눈길을 이끈다. 앙금케이크를 제작·판매하는 장보배(37) 씨는 “아무래도 우리 쌀로 만드는 퓨전 떡 케이크라서 어르신들이 모이는 환갑잔치에서 인기가 많다. 그리고 꽃 앙금이 예뻐서 20대에게도 인기다”라고 말했다.
떡 속에 들어 가는 재료를 젊은 취향의 입맛에 맞춘 것도 퓨전 떡의 인기 요인이다. 퓨전 떡은 속 재료 맛이 다양하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퓨전 떡을 판매하는 ‘청년떡집’은 티라미수 크림, 녹차, 카카오 크림 등 다양한 맛을 속 재료로 사용해서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티라미수 크림 떡은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학생 정현서(21, 부산 북구) 씨는 “팥 맛을 싫어해서 떡을 자주 먹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티라미수 맛이 나는 속 재료를 쓴 떡이 나오니까 호기심에 떡을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 디저트와 결합해서 출시된 퓨전 떡도 있다. 대표적 예가 ‘떡카롱’ 떡이다. 이는 떡과 마카롱이 결합돼 만들어진 퓨전 떡이다. 떡카롱은 원래 마카롱에서 속 재료를 감싸는 꼬끄 대신 쌀가루로 만든 떡으로 마카롱보다 훨씬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재호(25, 부산 남구) 씨는 “마카롱 모양을 유지하면서 더 쫄깃한 식감이 떡카롱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퓨전 떡 유행을 겨냥한 제품이 나왔다. GS25에서는 얼려서 먹는 ‘아이스인절미’, CU에서는 일본에서 직수입한 ‘리얼 모찌롤’을 출시했다. 특히 ‘리얼 모찌롤’의 경우 플레인 맛, 초코 맛으로 출시해 20, 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리얼 모찌롤은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판매 150만 개를 돌파해서 퓨전 떡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경성대학교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김학선 교수는 퓨전 떡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고품질·고열량인 떡은 빵보다 건강적인 면에서 좋다. 퓨전 떡 인기로 인해 늘어나는 쌀 소비는 1차 산업인 농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퓨전 떡이 K-푸드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외국 사람들에게 떡이 낯설 수도 있지만, 퓨전 떡을 K-푸드의 흐름과 접목하면 새로운 K-푸드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