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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운동장, 부산 시민 90년 애환 안고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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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운동장, 부산 시민 90년 애환 안고 추억 속으로
  • 취재기자 박주근
  • 승인 2015.10.10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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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공원 재개발 청사진 확정..인근 주민, 상인 기대반 우려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북적였던 사람들, 시끌벅적한 거리, 길게 늘어선 노점상인들. 이것은 옛 구덕운동장 주변에서 벌어진 풍경이었다. 2015년인 지금, 구덕운동장을 찾으면 그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진다. 운동장 주변에 사람들은 뜸하고 거리는 적막하다. 다만, 인적은 희미하나 경기장만은 예전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구덕운동장의 함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 아직은.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에 위치한 구덕운동장은 종합운동장으로 주경기장과 함께 야구장 및 실내체육관을 갖추고 있다. 1928년 주경기장이 건립됐고 1978년에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됐다. 부산 유일의 시민종합운동장이었다. 구덕운동장은 1928년부터 지금까지 87년이란 오랜 세월을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장기간 동안 시민들과 함께 해왔다. 전국체전에서부터 프로축구, 프로야구 및 고교야구는 부산 시민들의 발길을 운동장에 머물게 했다.

▲ 구덕야구장과 실내체육관이 철거되면 홀로 남게 될 구덕운동장 주경기장 전경 (출처: 취재기자 박주근)

그 때 들어 올렸던 건 우승트로피만이 아니다
구덕운동장이 가장 빛났을 때는 경기를 할 때였다. 프로축구에는 대우 로얄즈와 부산아이파크가, 프로야구에는 롯데 자이언츠가 구덕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대우로얄즈는 현재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정상에 오르는 등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롯데자이언츠 역시 구덕운동장이 홈구장이었던 시절의 기억이 강렬하다. 롯데 자이언츠는 7전 4선승제 중 4승 1패라는 기록을 남기며 최동원이라는 스타의 위대성을 전국에 알렸던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발점으로 6년 동안 전국 최고의 관중 동원 구단이 됐다. 부산고와 경남고를 필두로 한 부산의 고교야구 역시 그 때의 기억과 함께 지금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 대우로얄즈와 부산아이파크 로고 및 롯데자이언츠 로고(출처: 구글), 구덕 운동장에서 진행된 고교야구의 한 장면(사진: 부산시 홈페이지 제공).

구덕운동장에서 20여 년 동안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수(60) 씨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대목을 맞았다. 운동장 입구엔 사람들로 북적였고, 김밥, 도시락 등을 파는 장사치들과 암표상들이 여기저기에 눈에 띄었다. 그 때 프로팀들이 들어 올렸던 건 우승 트로피가 아니라 경기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구덕운동장 상인들의 마음이었다. 김 씨는 그 때를 기억하며 “완전 황금어장이었지”라고 말했다.

담 넘기, 어린이날에 가장행렬, 암표상 심부름 똘마니,, 그들의 어린 시절
구덕운동장에서 40여 년 동안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영(54) 씨는 초등학생 때 기억이 많이 난다고 했다. 김 씨는 “돈이 없어서 경기 보려고 담 튀기(담 넘기)하고 그랬지. 어린이날엔 가장행렬도 하고”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인근 주민 이기오(51, 부산시 서구) 씨 역시 어린이날에 했던 가장행렬의 기억이 있다. 이 씨는 “주변 초등학교 학생들이 다 나왔어. 행렬을 하면 이 곳(구덕운동장)이 도착지였지”라고 말하며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수 씨는 경기가 있는 날엔 암표상에게 표를 사서 갖다 주는 일을 했다. 김 씨는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저씨가 시키면 사왔지. 돈도 안줬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과거를 이야기할 때 모두 아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 실제 담 넘기를 했었던 구덕운동장 뒤편의 담벼락.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위치를 잘 아는 인근 동네 꼬마들은 이곳을 공짜 입장의 수단으로 애용(?)했다(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과거와는 다른 지금
현재 프로축구 3부 리그에 속한 부산교통공사의 경기가 있던 날에도 구덕운동장 입구는 한산했고, 주경기장 벽면에 붙은 축구 경기 홍보를 위한 현수막만 무심하게 바람에 펄럭였다. 과거에 경기가 있던 날 북적였던 사람들, 김밥과 도시락을 파는 상인들, 입구에 수많은 스포츠용품점들을 지금은 찾을 수 없다. 스포츠용품점들은 이제 손에 꼽을 만큼 그 수가 줄어들었고, 저녁 8시만 되면 가게 불이 꺼진다. 구덕운동장 앞 스포츠용품점 대영스포츠는 문을 가장 늦게 닫는 편에 속하지만, 9시면 문 닫을 준비를 한다. 대영스포츠 주인 김광영 씨는 “경기가 한창일 땐 밤 11시에도 손님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실내체육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운동장스포츠의 주인 김상수 씨는 “지금은 썰렁한 곳이라. 그립지. 그 때가”라고 말했다.

▲ 과거 사람들로 북적였을 경기장 앞 거리(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재개발
내년 초면 구덕야구장과 실내체육관은 철거된다. 부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야구장은 시민들을 위한 야외 체육공원으로 조성되고, 실내체육관은 주차장으로 변신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약 100억 원의 시 예산을 들여 재개발 사업을 실시하고 주경기장과 스탠드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서구에서 20년 째 거주 중인 천모(67) 씨는 “동네 발전을 위해서 참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기오 씨는 재개발 계획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구덕공원이 있는데 또 체육공원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며 “대형 쇼핑몰이 들어온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광영 씨는 운동장이 없어지는 건 상관없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은 손님이 적어져서 피해가 있겠지만 나중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15년 째 컴퓨터 수리점을 운영 중인 곽동환(67) 씨 역시 재개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공모(50) 씨도 마찬가지였다. 공 씨는 "오히려 지금이 최악"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씨는 “과거 구덕운동장은 사람 사는 곳이었지. 지금은 죽었지만”이라고 대답했다. 이제 구덕운동장은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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