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씨는 하늘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
“LSD는 중요한 일에 대한 나의 감각을 강화시켰으며, 동전에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스티브 잡스
이게 무슨 꽃일까? 빗방울에도 찢어질 것 같이 꽃잎이 너무나 가냘픈데 색깔은 너무 짙다. 요가 니케탄 아쉬람을 둘러보던 나는 화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빨간 꽃의 정체가 궁금해 사진 찍기를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가끔 노랗고 하얀 꽃도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 빨간 꽃이었다. 처음엔 예뻤는데 오래 볼수록 어쩐지 기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들이나 산에 아무렇게나 핀 야생화들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더 아름답게 보이고 보는 사람을 순수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데 이 꽃은 농익은 여인처럼 고혹적인데 어쩐지 선천적으로 불행을 타고난 슬픔 같은 게 느껴졌다. 그때 내 머리에서 갑자기 꽃 이름이 떠올랐다.“나는 그거 평생 하고 싶다. 난 천재되고 싶어서 하는 거다.” - 아이콘, 비 아이
옛날에 인도에는 소마라고 하는 신비한 영약이 있었는데 신들이 마시는 술이었다고 한다. 이 약을 인간이 먹으면 단번에 깨달음을 얻고 신을 만나고 신의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LSD와 비슷한 효과다. 소마를 만드는 방법이 비밀리에 전수되어 오다가 지금은 끊겼는데 이유는 이 약이 인근 마을에 많은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마 심각한 부작용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도의 라제쉬교수는 신비의 영약 소마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작년에 나는 그를 따라 실제 소마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해발 4천m 높이에 있는 히말라야의 바드리나트에 갔었다. 내가 머무는 리시케시에서 차를 타고 장장 스무 시간이나 위험한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는 중간 중간 산사태로 무너진 곳도 많았고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져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버스를 보기도 했다. 눈 때문에 최고의 성지(聖地) 바드리나트에 갈 수 있는 기간은 고작 두세 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은 차와 오토바이들이 몰려 매우 위험했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간 곳에서 라제쉬교수는 웅장한 절벽을 가리키며 바로 저곳이 소마를 만들던 곳이라고 했다. 내 눈엔 아무리 봐도 그냥 시커먼 절벽이었다. 그러나 그는 저 절벽 어느 곳에 입구가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나는 입구를 찾을 수 없었고 소마도 구할 수 없었다. 나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소마가 지금의 LSD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LSD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스위스의 호프만 박사다. 그는 맥각균을 연구하다가 이 물질을 발견했는데 스스로 복용을 한 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처음으로 환각을 경험했다. 히피들은 이날을 ‘자전거의 날(Bicycle day’이라 부르며 지금도 중요한 날로 기념한다. LSD의 특징은 환각이다. 인체의 세로토닌 성분은 주로 이성을 관장하는 뇌의 전두엽에 작용해 현실을 인지하는 능력을 높여주는데 이것이 억제되면 뇌의 현실인지가 마비되어 처음 듣는 음악이나 처음 보는 이상한 그림 등의 환각이 나타난다.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처럼 늘 새롭고 독특한 작품을 갈구하는 예술가들에게는 구세주인 셈이다.“LSD는 마음을 여는 경험이었다.” - 캐리 멀리스(1993년 노벨화학상 수상)
LSD가 소마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LSD의 효과가 명상의 효과와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LSD를 한 사람처럼 수행자도 깊은 상태에 도달하면 소리가 보이고 글자도 소리로 바뀌는 경험을 한다. 또 자아가 상실되면서 정신이 고양되고 초월적 사고력이 생기는데 이것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놀라운 점은 실제 명상을 하면 LSD를 한 것처럼 세로토닌의 분비가 억제된다는 것이다. 명상을 비롯한 모든 수행의 목표는 나를 넘어서는 것이다. 육체라는 물질 속에 갇혀 있는 유한한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깨닫기가 무척 어렵다. 명상을 하는 사람도 어려운데 명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경전을 읽고 배웠다고 하더라도 실제 경험하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고대에 소마라는 약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일반적인 마약이 고통을 주관하는 신경계를 마비시켜 쾌락을 유도하는 것에 비해 LSD는 전두엽으로 가는 세로토닌을 차단시켜 뇌의 현실 인지 능력을 마비시킨다. 현실을 인지하는 능력이 좋은 기능도 있지만 현실만 전부인 것으로 한계를 짓는 반대의 기능도 있다. 그런데 세로토닌에 의해 현실에서 분리되면 마음은 제약이 없어지게 되고 경계가 풀린 다른 세상이 열린다. 내가 육체라는 물질 속에 갇혀 있는 유한한 존재가 아니라는 환각을 경험한다. 색과 소리들이 내 육체를 통과해 버리고 나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잡스는 그것은 단순한 환각이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동전의 다른 면이라면서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한 많은 깨달은 성인들이 현실은 그저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분들의 주장이라도 빤히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환상이라고 무시하기는 어렵다. 인간의 마음은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지 못하면 절대 열리지 않는다. 인도의 석학 라즈니쉬에 의하면, 예전에 인도의 아쉬람에는 일부러 정신병자를 기거시켰다고 한다. 깨달은 사람이 신의 감로에 취해서 하는 행동이 정신이 나간 바보의 행동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수행자는 바보를 보며 현실과 이성이 전부일 거라는 고정된 마음의 문을 열라는 것이다. 아마 지금보다 더 과학이 진보한다면 부작용 없이 약물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아직 신은 인간에게 LSD를 허락하지 않았다. 요가 니케탄 아쉬람에 가득 핀 양귀비꽃들이 이제야 안심을 했다는 듯 바람에 하늘거리며 나를 보고 웃어 주었다. 웃어? 양귀비가 정말 웃었다는 것이야? 아직도 이렇게 나오시면 곤란하다. 이제,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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