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44,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씨는 요즘 아이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근에 아이가 인터넷에서 무슨 희한한 영상을 보더니 ‘지린다,’ ‘오진다’라는 말을 한다”며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더니 뜻이 이상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씨의 초등학생 아이가 본 영상은 아프리카TV 방송이다. 특별한 기술, 장비, 비용 없이도 누구나 쉽게 PC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소재로 방송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는 미취학 아동과 청소년은 물론 어른까지 남녀노소 불구하고 즐겨 찾는 인터넷 방송이다. 하지만 성인인증이 필요한 방송을 제외한 모든 방송은 나이제한 없이 시청이 가능하여, 어린이들이 음란, 선정, 욕설, 비하 발언 등이 난무한 방송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여러분, 아프리카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프리카 BJ 슈기입니다. 오늘의 먹방은 엽기 떡볶이에요”라고 말하며 아프리카TV의 인기 먹방 BJ가 생방송 시작을 알린다. 아프리카TV는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생방송을 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방송이다. 누구든지 방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BJ 수는 수 만 명에 달한다. 또, 방송을 보는 게 무료이기 때문에, 누구나 아프리카 TV 사이트로 들어가서 쉽게 방송들을 볼 수 있다. 지나간 방송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에서 재시청이 가능하다. 방송의 종류는 먹는 방송, 게임 방송, 캠 방송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뉴미디어 방송인 아프리카TV는 회원 수가 1,200만 명을 넘어섰고, 하루 접속자는 350만 명을 넘는다. 또, 평균 동시 방송 수가 5,000개 정도이고, 최고 동시 시청자 수가 50만에 달한다. 한 명의 BJ가 하는 방송에 최소 50명에서 최대 1,100명까지의 시청자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채팅화면이 있어, BJ와 시청자 사이의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시청자들은 개당 100원에 별풍선을 구매해 마음에 드는 방송의 BJ에게 별풍선이라는 형태의 사이버 돈을 선물할 수 있다. 이 별풍선 판매수입은 아프리카TV가 40%, BJ가 60%의 비율로 가져가게 되는데, 베스트 BJ는 아프리카 TV가 30%, BJ가 70%의 비율로 가져갈 수 있다. BJ는 받은 별풍선을 실제 돈으로 전환해 돈을 번다.
이렇다 보니, 몇몇 BJ들은 베스트 BJ가 되어 시청자를 많이 끌어들임과 동시에 많은 별풍선을 받기 위해 음란하고 선정적인 방송을 하고, 욕과 비방이 가득한 방송을 서슴치않고 있다. 일부 방송을 보면, 여자 BJ가 가슴이 보일락 말락 하는 옷을 입고 방송하기도 하고, 게임 방송에서는 게임이 지는 상황에 자신이 화가 나서 거침없이 욕을 하면서 방송하기도 한다.
평소 아프리카TV 게임 방송을 즐겨보는 초등학생 조모(13) 군은 자신도 아프리카TV에서 게임 방송을 해보고 싶어 직접 방송을 해본 적이 있다. 조 씨는 “방송을 했는데, 인기 많은 BJ처럼 욕도 하면서 재밌게 해야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 같다”며 “나는 욕하면서 방송하는 게, 싫은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1) 씨는 아프리카TV 캠 방송을 보다가 불편한 적이 있었다. 박 씨는 “아프리카TV의 BJ가 방송에서 ‘자폐아들,’ ‘장애인이냐’와 같은 말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아무리 개인이 하는 방송이지만 너무 심하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롭게 나타난 인터넷 방송은 명확한 법적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BJ들이 자극적인 방송을 하고 불법적이고 유해한 방송을 해도 가벼운 징계와 같은 제재만 가해질 뿐, 법적인 조치는 받지 않는다. 또한, 생방송이라는 특성상 일일이 모든 방송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제재를 내리기가 어렵고, 제재 기준도 모호해 문제를 겪고 있다.
부산에 사는 김모(14) 양은 집에서 아프리카TV를 보다가 민망한 적이 있었다. 김 양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와서 보고 있었는데 가슴이랑 다리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왔다”며 “가족들도 같이 있었는데 너무 민망했다”고 말했다. 또, 아프리카TV 애시청자 이모(23) 씨는 “재밌는 방송도 많은데 가끔 인터넷에 논란이 된 아프리카TV BJ들을 보면 방송의 질을 낮추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 측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나친 수위의 방송을 하는 BJ에게 몇 개월 방송 정지나 영구 정지, 또는 퇴출시키는 등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징계를 내리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내려오는 시정권고 사항에 따라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3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 사업자와 협력회의를 열어 시정권고 사항으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 라인은 인터넷 방송에서 금지하는 불법적이고 유해한 정보 내용을 구체화했고, 실시간 방송 모니터링을 강화했으며, BJ 관리를 강화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계자는 “인기 있는 BJ들의 관리를 강화하고 방송 관련 법규와 언어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할 것"이라며 “방송 등급을 '전체·7세·12세·15세·19세'로 분세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박시현 초빙 외래교수는 “가이드라인은 엄격한 법적 제재가 아니므로 아프리카TV BJ들이 언어적인 부분에서 예의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방송에 접속할 때 연령별로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제한을 둔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