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도로 위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것을 ‘로드킬(Road kill)'이라고 한다.3월 27일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는 국내 최초로 체계적인 로드킬 조사를 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서, 우리가 무심코 달리는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빼앗긴 채 죽어가고 있는지,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경제논리의 개발이 불러온 여러 문제를 제기한다.
일반도로보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은 그 사태가 심각하다. 한국 도로공사는 2006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은 2960건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영화 속 로드킬 전문가들은 이 자료가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전했다. 한국 야생동물 보호협회 부산,경남,울산 지회 상임고문이자 경성대학교 조류관 관장 우용태 씨는 “밝혀진 로드킬의 건수는 극소수에 불과해요. 로드킬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연간 수 만 마리가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야생동물들이 멸종하고 말 거예요”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로드킬을 조사한 야생동물소모임 협회는 로드킬로 죽어가는 동물의 종류는 고라니, 너구리, 멧토끼, 노루, 족제비, 삵 등으로 멸종위기인 동물들이 많아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동물들이 차에 치여 죽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용태 상임고문은 로드킬의 원인을 인간의 부분별한 개발에서 찾고 있다. 영화 ‘어느날 그 길에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10만km 규모의 도로가 있다. 이는 평균적으로 1㎢의 땅에 1km의 도로가 있는 것이다. 야생동물소모임 협회는 행동반경이 가장 작은 너구리도 행동반경이 1.5km 정도이기 때문에 너구리가 도로를 건널 수 밖에 없으며, 나머지 다른 동물들은 행동반경이 더 크기 때문에 어떤 동물들이라도 도로를 건너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로드킬의 또 다른 이유를 차량의 속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감독은 영화 속에서 시속 60km의 속도로 자동차가 달린다면 운전자는 지나가는 동물들을 알 수 있고 동물을 치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80~100km의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동물을 피할 수 없으며, 자동차의 빠른 속도로 기류가 변화해, 이동하던 새들이 차의 속도에 휩쓸려 치인다고 말했다.
한국 도로 공사는 로드킬 예방대책으로 생태통로를 제시하고 있다. 생태통로란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기 위하여 설치되는 인공 구조물, 식생 등의 생태공간을 말한다. 이는 환경보전법 2조에도 도로 개통 시 설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 상임고문은 생태통로가 로드킬을 감소시키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만 완전한 방법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여 각 동물마다 설치해야할 생태통로의 유형을 따라 생태통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의 황 윤 감독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작품을 끝내고 나서 느낀 것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야생동물에 테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야생동물도 우리의 동반자라고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