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은 조용하고 한적한 어촌 마을이다. 이 마을이 최근 유명세를 탄 이유는 일몰만 볼 수 있는 서해안에서 바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002년 충청남도 공식 관광지로 지정된 왜목마을은 그래서 해마다 해돋이 축제가 열리는 관광 명소가 됐다. 마을 주민 김정호(51) 씨는 "당시 충남 도지사가 우리 마을의 풍경을 담은 한 사진전을 보고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며 왜목마을이 유명세를 타게 된 일화를 들려 줬다.
왜목마을에선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이곳의 독특한 지형 구조 때문이다. 물론 서해안에서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이 있다면 당연히 섬의 서쪽에서는 일몰이 보이고 섬의 동쪽에서는 일출이 보인다. 왜목마을이 있는 당진은 서해에서 북쪽으로 불쑥 솟아 나온 반도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 솟아 나온 부분의 해안에서 동쪽 육지까지 거리가 멀어서 수평선이 형성됐고, 따라서 이 마을 동쪽에서는 육지 쪽의 수평선으로부터 일출이 보인다. 그 동쪽으로 향한 해안이 있는 이 곳이 바로 왜목마을이다. 물론 일몰을 보려면 왜목마을의 반도 반대편인 서쪽으로 달려가도 되고, 왜목마을 뒷산 정상에 올라 서쪽을 봐도 된다. 결국 왜목마을은 해가 뜨고 지는 마을로 불리게 됐다.
▲ 왜목마을을 소개하는 조형물엔 마을의 역사와 유래가 적혀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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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헌에 와목(臥木)이라 기록돼 있어서 왜목이란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됐다는 설이 있다. 누울 와(臥), 나무 목(木)의 '와목(臥木)'은 배를 타고 왜목마을을 바라봤을 때, 산세가 마치 누워있는 사람처럼 잘록하게 생겼다 하여 불리는 이름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와목을 발음하는 충청도 사투리가 더해져 '왜목'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왜목이라는 이름이 왜가리의 목처럼 불쑥 튀어나온 반도 모습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이 설은 틀린 것이라고 전했다.
왜목마을의 일출은 해변에서 바로 볼 수 있지만, 일몰을 보려면 가벼운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마을 주민 김 씨는 "일출과 일몰을 제대로 감상하기엔 마을 뒷산에 있는 석문산 정상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태양이 경기도 화성시 앞바다의 장고항과 국화도 사이로 이동해 가면서 떠오르고 지기 때문에, 80m 높이의 석문산 정상에 오르면 일출의 위치가 시기별로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석문산 정상까진 20여 분이 소요된다.
왜목마을에서 보는 일출은 동해의 일출처럼 화려하거나 장엄하지는 않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곳의 일출은 어촌 마을의 분위기가 더해져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한 폭의 그림이 바로 일출이다. 일몰은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의 비경도 중심으로 이뤄진다. 태양이 서서히 빛을 감추고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검붉게 물들이면서 바닷속으로 잠겨버리는 장관이 일몰 시에 펼쳐진다.
왜목마을에서 일출과 일몰 광경을 보기 위해, 1월과 7월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여행객 한영란(51) 씨는 올 겨울 전국 각지에서 살고 있는 고향 친구들과 함께 모여 왜목마을을 찾았다. 한 씨는 마을의 한 숙소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해변에서 일출을 감상했다. 그는 "고향 친구들과 이 나이가 되어 만나, 새해에 떠오르는 해를 보니, 감회가 참 새로웠다"고 말했다.
왜목항 해수욕장을 찾았을 때, 신기하게도 하늘에선 패러글라이딩이 한창이었다. 왜목마을 뒤에 있는 석문산이 패러글라이딩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명소라고 한다. 그들은 석문산에서 비행을 시작해 이곳 왜목마을 해변에 낙하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해변 끝에 위치한 방파제에선 형형색색의 낚싯대가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대부분 전국 곳곳의 낚시 모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활기가 넘쳤다. 물고기가 있는 곳으로 배를 타고 옮겨 다니며 바다낚시를 즐기기 위해 왜목마을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우럭, 노래미, 도다리, 송어가 잡힌다고 한다. 부산에서 가족여행을 온 이봉원(55) 씨는 “평소 낚시를 좋아하지만 이번 여행에선 낚시를 하지 못했다. 다음에 낚시를 하러 꼭 다시 와야 겠다”고 말했다.
왜목항 해수욕장에선 썰물 때 조개와 낙지를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쪽에선 바지락, 생합, 가부락, 맛살 등 갯벌 생물을 눈으로 보고 잡아보는 재미에 푹 빠진 가족여행객이 보였다. 갯벌체험을 하려면 갯벌을 팔 수 있는 호미나 작은 삽, 잡은 조개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맛조개를 잡으려면 천일염을 꼭 챙겨야 한다. 천일염을 갯벌 맛조개 숨구멍에 뿌리면 조개가 스멀스멀 나온다고 한다.
왜목항 해변에선 야영도 가능하다.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곳곳에 설치된 텐트가 눈에 띄었다. 동호회, 연인,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캠핑,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있다.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다면, 왜목항 해변 옆으로 자리를 옮겨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마을 주민 김 씨는 자연 경관을 마을의 자랑으로 꼽았다. 그는 "물이 맑고 깨끗하고, 바다와 산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해변 한쪽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가 있다. 이 다리는 관광객들이 마을 경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연인이 서로 반대 방향에서 출발해 다리 중간에서 만나는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마을 앞 바다 물결이 잔잔해 천상의 은하수를 의미하고,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오작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사랑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다리 아래로 하트 모양을 한 조형물과 그 앞에 앉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의자가 설치돼 있다. 당진시청 관계자는 "이곳이 관광객들에게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여름에 왜목마을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다양한 배를 탈 수 있다. 마을과 가까운 서산에 위치한 한서대 학생들이 왜목항 해수욕장에서 방학 동안 관광객들의 무료 카누, 카약 체험을 돕고 있다고 한다. 또, 인근 섬 도비도에서 출발한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마을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해변 앞에 다양한 현지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 '태공수산,' '왜목해맞이수산,' '섬마을횟집' 등이 줄지어 있다. 싱싱한 대하와 꽃게, 조개 구이, 바지락 칼국수, 박속 낙지탕, 굴밥 등이 준비돼 있다. 태공수산 관계자는 "싱싱한 활어회는 기본이고, 박의 속을 넣어 만든 박속 낙지탕이 별미"라며 대표 메뉴를 추천했다. 여행객 한영란 씨는 “횟집에서 바다를 보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바지락 칼국수가 일품이었다”고 감탄했다.
해변에 '왜목민박,' '해돋이펜션,' '올리브펜션'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주변으로 카페와 노래방, 낚시용품점, 편의점이 자리하고 있다. 왜목마을 홈페이지()에서 낚시, 레저, 갯벌 체험 등 즐길 거리와 숙박 업체, 음식업체 정보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물때 시간도 확인이 가능하다.
왜목마을로 가는 교통편으로 수도권에서 서해안 고속도로 이용 시, 송악 IC에 진입해 38번 국도 종점에서 우회전 주행 후, 석문방조제 끝지점에서 800m를 지나 큰마섬 교차로에서 우회전, 장고항교차로 사거리에서 직진해 왜목터널을 통과하면 된다. 국도와 지방도로를 이용 시, 송악IC 석문방조제 방향에서 400m 주행 후, ‘왜목마을’ 이정표지판을 따라 가면 된다. 대중교통으로는 당진 터미널에서 왜목마을행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