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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키기 위해 만든 ‘친환경 앨범’... 오히려 소비 늘린다는 비판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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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키기 위해 만든 ‘친환경 앨범’... 오히려 소비 늘린다는 비판 목소리 나와
  • 취재기자 이영아
  • 승인 2024.10.2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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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비판에 ‘친환경 앨범’ 만들어 냈던 기획사들
“친환경 앨범은 그저 사야 할 앨범 수만 늘릴 뿐” 비판
가장 문제 됐던 포카 앨범깡, 팬싸 응모 등은 여전해
앨범은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은 구매해 봤을 정도로 아티스트 팬 활동의 필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앨범을 수십 장 사들이고, 버리는 문화에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연예기획사들은 ‘친환경 앨범’을 만들어 냈지만, 친환경 앨범이 오히려 환경오염을 더 심화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케이팝 음반 시장은 해가 거듭될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음반 판매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써클차트에 따르면 작년 실물 앨범 판매량은 1억 1000만 장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까지 높은 수치의 음반 판매량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인기 때문도 있지만, 팬 사인회 응모나 포토 카드 모으기 등의 이유로 같은 음반을 몇백 장 사는 문화의 영향도 있다. 이에 앨범 제작 및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소장용이 아닌 응모용으로 판매되는 앨범들은 결국 쓰레기가 될 뿐이다. 실제로 어느 아이돌의 앨범 수백 장이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기획사들은 친환경 앨범을 만들어 발매하기 시작했다. 앨범 구성에서 플라스틱을 빼고 종이로만 포장하거나, CD를 없애고 큐알코드로 디지털 음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친환경적인 변화를 주고자 하는 기획사들의 시도에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오히려 소비를 부추기는 친환경 앨범... 구매해야 할 종류만 많아져

하지만 이런 친환경 앨범들이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걸까. 아이돌 앨범을 꾸준히 구입해 온 대학생 박은진(22) 씨. “사실 친환경 앨범이 그다지 제 기능을 한다고 느끼진 못했다. 원래 앨범을 사던 사람들은 기존에 나오던 앨범도 사고, 친환경 앨범도 산다. 그렇게 되면 결국 사게 되는 앨범 개수만 늘어날 뿐이다.” 박 씨는 친환경 앨범의 발매가 결과적으로는 그냥 사야 하는 앨범의 종류만 늘린다고 말한다. 박 씨는 “정말 환경을 생각했다면 친환경 앨범만 내던가, 발매하는 앨범의 종류를 줄이기라도 해야 했다”며 소속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발매되는 앨범의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우리가 아는 앨범인 포토북 버전부터 큐알, 디지팩, 키노 앨범, 엘피(LP) 버전까지. 최근에는 가방이나 인형이 있는 굿즈형 앨범이 나오는 등 매번 새로운 형태의 앨범들이 발매되고 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형태의 앨범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앨범을 한 가지만 내는 것이 아닌 종류별로 전부 낸다는 것은 환경오염에 박차를 가하는 꼴이 된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모(24)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소속사에서 앨범을 세 종류 이상 내면 돈에 미쳤다고 욕하곤 했다. 그런데 이젠 앨범 종류도 종류지만 그냥 표지만 다른 똑같은 앨범을 여러 개 만들어서 판다. 모든 앨범을 다 사려면 열 장도 넘게 사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팩 앨범은 친환경 앨범으로써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앨범 종류 중에서도 가장 많은 버전을 내는 앨범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디지팩을 멤버별 표지로 만들어 버전을 세분화시킨다. 멤버가 많은 그룹은 10종이 넘는 디지팩을 판매하기도 한다. 종이로 포장된 앨범을 디지팩 앨범이라 부른다고는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은 형태로도 나오고 있어 이젠 친환경 앨범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또 다른 친환경 앨범인 큐알코드 앨범과 키노 앨범은 전용 플랫폼을 이용해 디지털 음원을 듣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앨범에 몇몇 사람들은 “그냥 음원 사이트로 듣는게 훨씬 빠르고 편하다”, “구입했지만 큐알을 등록하거나 사용해 본 적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굳이 친환경이라며 CD를 없애고 디지털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내기에는, 이미 더 편리하고 친숙한 음원 사이트가 있다는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다양한 형태의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교보문고에서 다양한 형태의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 친환경 앨범 나왔지만, 같은 앨범 수백 장 사는 문화는 여전

음반 판매에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었던 건 같은 앨범을 수십 장, 수백 장 사는 문화에서였다. 팬 사인회나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할 시에 대부분의 기획사는 앨범 구매를 기준으로 추첨을 돌린다. 가장 많이 산 순서대로 또는 랜덤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이다. 기준이 어떻든 많이 살수록 뽑힐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같다. 이런 이유로 팬들은 같은 앨범을 계속 사고 또 산다. 하지만 여기에 ‘친환경 앨범’은 해당 사항이 없다. 대부분의 기획사에서는 응모 기준을 기존에 발매해오던 일반 앨범만 포함한다. 결국 친환경 앨범이 아닌 기존의 앨범만 수만 장씩 팔리게 된다. ‘앨범깡’ 문화에 대해서도 개선된 점은 없었다. ‘앨범깡’이란 음반 구성품 중 하나인 ‘랜덤 포토 카드’에서 시작된 문화로, 원하는 포토 카드를 얻고자 같은 앨범을 수십 장 구매하여 뜯는 것을 뜻한다. 여전히 앨범에는 랜덤 포토 카드가 들어있으며, 그 종류는 수십 가지에 달한다. 게다가 앨범의 종류 별로 다른 버전의 포토 카드를 새로 만들어 내니, 결국 랜덤 포토 카드의 종류까지 늘어난 셈이다. 심지어 ‘미공포’라고 불리는 미공개 포토 카드까지 수십 가지 종류로 나온다. 한 번의 컴백에 수백 개의 포토 카드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팬들은 모든 포토 카드를 모으기 위해서 같은 앨범을 수십 장씩 산다. 대학생 박은진 씨는 “앨범 판매 사이트 별로 다른 미공포를 준다. 하나의 사이트에서 두 가지 버전으로 내줄 때도 있고, 주차 별로 새로운 버전을 내주기도 한다”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세 달까지도 새로운 미공포가 계속 생겨나니, 이제는 무슨 포토 카드들이 있는지도 파악을 못 하겠다. 앨범 하나 나올 때마다 포토 카드의 늪에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환경오염 방관하는 기획사들?... 더 나은 대비책 필요해 보여

이런 소비문화를 보고 ‘앨범을 그만큼 여러 장 사는 사람이 문제인 거 아니야?’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들은 소비자의 문제라고 탓할 수만도 없다. 결국 이런 문화가 생기도록 두는 것은 기획사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진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소속사가 정해둔 기준에 맞춰 돈을 쓸 수밖에 없다.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이벤트에 당첨되기 위해, 원하는 포토 카드를 얻기 위해 같은 앨범을 수십 또는 수백 장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모 씨는 “소속사에서도 이렇게 의미 없는 대량 앨범 구입을 전부 알면서 그냥 두는 거라 생각한다. 친환경 앨범을 내는 것도 그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친환경 앨범은 이제 친환경적인 목적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결국엔 구매해야 할 앨범의 가짓수만 늘리고, 정작 환경오염 지적을 받는 대량 구매의 영역에는 해당되지도 않는 ‘친환경 앨범’을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해가 거듭될수록 규모가 커지는 음반 시장에서 환경 오염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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