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누려
자전거 교육 통해 잘못된 인식 바꿔
‘건강, 환경, 시간’ 이점 가득한 이동수단
부산의 자전거 문화 선도할 꿈 차근차근
‘빵빵’ 거리며 차량 경적과 함께 정신없는 오전 출근길. 분주한 환경 속에서도 혼자 여유롭게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따릉따릉’ 소리를 내며 부산시 망미동에 위치한 사무실에 출근하는 한 여성. 어느 장소든 자전거를 타며 이동하는 한수진(44, 부산시 수영구) 씨의 자전거 사랑은 남다르다.
자전거 교육 통해 잘못된 인식 바꿔
‘건강, 환경, 시간’ 이점 가득한 이동수단
부산의 자전거 문화 선도할 꿈 차근차근
자동차 팔고 자전거 출퇴근이 가져다준 행복과 변화가 삶을 바꿔
20~30대 시절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 한 씨는 항상 자동차를 타고 출근했었다. 하지만 차를 타기도, 걷기도 애매한 거리였기에 과감하게 차를 팔고 자전거를 샀다. 무슨 대단한 걸 바라고 교통수단을 바꾼 건 아니지만, 그녀의 인생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한 씨는 “골목을 지나다니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예쁘게 그려진 벽화, 여유를 풍기며 산책하는 노인들, 밝게 웃으며 장난치는 어린 아이들 등 모든 사물과 생명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시각적인 깨달음도 있었지만,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좋았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그녀에겐 일석이조였다. 자가용보다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자전거를 탐으로써, 환경 지키기 문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환경적 측면, 시간적 효율성, 건강적 측면 등 다방면으로 뛰어난 자전거가 점점 좋아졌다.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전거를 또 하나의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씨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좋은 경험과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점점 여러 문제점들을 체감했다. 전동킥보드 무면허 라이더,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 자전거를 타는 행위에 대해 무작정 비판적인 사람들, 자전거를 위험하게 타는 사람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 대한 이해부족, 부산에서 자전거 길의 안 좋은 인식 등 다양한 문제를 실감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 후, 언젠가 이를 최대한 해결해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겼다.무면허 전동킥보드 아이들 비판 앞서 장삿속 눈먼 PM 기업이 더 문제
한수진 대표는 “간혹 사람들은 운전면허증도 없으면서 PM(Personal mobility)을 이용하는 사람들, 안전에 대해 부주의한 아이들을 욕하기만 바쁘다”라며 “운전자가 잘못한 상황인 건 엄연히 맞지만, 이런 상황이 야기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더욱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M은 퍼스널모빌리티의 준말로 개인용 이동수단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요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전기오토바이 등이 있다. 전기자전거 중에서도, 페달의 힘으로 움직이는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되어 PM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씨는 “사용자가 운전면허증을 확실하게 인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PM을 탈 수 있게 만든 특정 기업이 문제”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으로 이용자들을 비난하고 탓할 게 아니라,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의 사회구조적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정 PM은 평범한 전기자전거인 것 같아도 오토바이처럼 운전해야 하는 이동수단도 있다”며 제대로 된 교육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도록 풀어놓은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호소했다. 면허가 필요한 이동수단을 청소년들이 무면허로 타는 것 자체는 상당히 잘못됐다. 하지만 한창 철없고 모험심 강한 청소년들이 이런 점을 원활하게 잘 지키기는 쉽지 않은 사실이다. 단순히 아이들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녀는 “잘못된 시스템 속에서 올바른 게 무엇인지 교육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씨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고 사회구조적 문제의 깨달음을 얻은 아이들로부터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감동은 일의 추진력을 더해주는 그녀만의 원동력이다. 그녀는 “간혹 아이들이 먼저 찾아와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같이 해결하자는 의지를 보일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은 저를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요”라고 말했다.환경 건강 인간중심 자전거문화 확산에 부산시 ‘예비 사회적 기업’ 선정
한수진 대표는 현재 부산시설공단과 협약하여, 스포원파크라는 공간에서 시민을 위한 자전거교육을 하고 있다. 그녀는 “앞서 말했듯 전국에 있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자전거 교육을 실시 중이다. 학생, 주부, 어린아이, 장애인 등 자전거를 배우고픈 모든 사람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자전거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전거교육 사업뿐만이 아닌, 자전거택시, 재생자전거 대여, 매너라이더 캠페인 등의 부가적인 사업과 프로젝트도 실행 중이다.여행 관광 목적의 3인승 자전거택시, 외지 여행객 골목투어에 제격
한수진 대표의 사무실 근처, 일반 자전거와는 완전 다른 생김새로 정거돼있는 큼지막한 자전거가 있다. 바퀴가 총 3개이며, 뒤에 2명을 태울 수 있는 자전거택시다. 자전거택시는 지역관광지의 대중교통 단절구간과 차량진입이 어려운 곳을 이동하며, 여행하는 지역상생형 자전거택시 운영시스템이다.‘부산 지형에 자전거는 비효율적’ 이라는 그릇된 인식 타파하고 싶어
그녀가 부산의 자전거 문화 형성을 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대표는 “부산의 지형과 도로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크다. 산복도로부터 좁은 골목길이 많다 보니 자전거는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자전거 길이 400km 넘게 조성돼있어서 부산의 어느 길이든 자전거를 타면 금방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차가 다니지 못하는 길을 직접 자전거로 타고 다니다 보면, 부산의 색다른 매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자전거 택시’와 지역여행 ‘바이크 도슨트’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인식 변화를 위해서 개인이 자전거를 직접 타고 나가 봐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한 그녀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자신감 있게 타게 만들 거다”라며 자전거가 편안하고 수월한 이동수단이라는 깨달음을 선물해주고 싶은 욕망을 표현했다.“오히려 수강생들에게 감동받아”... 자전거 교육으로 주고받는 선물
이 일을 하며, 한 씨는 가장 의미 있었던 한 순간을 상기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교육을 실시해왔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주부들에게 자전거 교육을 진행했을 때다. 평생 자전거를 탈 줄 몰라 한이 맺힌 주부들을 위해 교육을 실시했고, 그들에게 성취감이란 것을 선물했을 때다. 그녀는 “실제로 주부 수강생 중 선생님 덕분에 앞으로 주체적인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돼서 너무나 감사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눈물을 흘릴 뻔했다”라며 울컥했던 그때의 순간을 표현했다.페달을 밟고 갈 그녀의 다음 행선지는 자전거교통학교 건립
한수진 대표의 다음 목표이자 꿈은 자전거교통학교를 짓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완벽한 자전거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이미 지정된 폐교나 앞으로 지정될 폐교가 있다면 그 건물과 장소를 자전거교통학교로 새롭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자동차 운전학원처럼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비나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자전거를 자전거가 아닌 자전차로, 대중교통이 아닌 다중교통으로 생각하는 그녀는, 부산의 교통수단 혁신을 추구한다. 모두에게 선순환적 효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 씨의 노력과 이념은 정진한다. 즐겁고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꿈꾸는 한수진 대표는 오늘도 페달을 밟고 나아간다.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