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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경성만필(慶星漫筆)]11-한국인의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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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경성만필(慶星漫筆)]11-한국인의 모정
  • 칼럼니스트 이현우
  • 승인 2020.02.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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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칼럼니스트
이현우 칼럼니스트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 어머니들의 모정은 비견(比肩)할 데가 없을 만큼 희생적이다. 조선 시대 중엽인 17세기 이후, 성리학이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부녀지도(婦女之道)에 묶여 강요된 삶을 살면서도 자식을 위한 일에는 물러섬이 없었다.

사회 진출은 막히고, 출산과 양육과 가사 노동에 혹사당하던 어머니들에겐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자 목숨보다 더 귀한 존재가 바로 자식이었던 것이다.

이를 어찌 운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나 한없이 여린 듯하면서도 강하고 따사로운 ‘한국인의 모정’이 효자에겐 오히려 족쇄가 되기도 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해 질 무렵 문 앞에 나와 앉아 자식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의 유일한 낙을 외면한 채 어느 착한 아들이 제 갈 길만 바쁘게 서두를 수 있었을까? 해서, ‘효자가 먼 길 가기 힘들고, 장자가 입신하기 어렵다’는 웃지 못할 옛말까지 생겼나 보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정착에서 이동으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모든 여건이 변했다. 부모와 고난을 함께 했던 세대도 어느덧 환갑을 넘겼다. 그들은 ‘효를 아는 마지막 세대이자 효도 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는 자조 섞인 말을 주고받는다.

한국인의 가슴 속에 향수처럼 자리했던 모정이 지금 이렇게 홀대 받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마이웨이 사고’를 가진 자녀가 많다. 이기적이고, 냉정하며, 노병 든 부모에 무관심한 그들은 ‘자식’이 아닌 ‘짜식’임에도 대대로 이어져 온 ‘한국형 무한 리필 서비스’는 여전할 것인즉, 이제 모성도 ‘감성적’에서 ‘이성적’으로’ 변모할 때가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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