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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물폭탄'에 3명 사망··· "당국, 신속히 교통통제할 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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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물폭탄'에 3명 사망··· "당국, 신속히 교통통제할 수 없었나"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20.07.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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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86㎜ 폭우에 만조까지 겹쳐 부산 물난리
하태경 의원, “부산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야” 주장
재난 주관 방송사 KBS 미온 대처...시민들 "수신료 내야 하나?”
부산에 최대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3명이 숨지고 곳곳에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새벽 침수된 부산 1호선 부산역( 사진: 독자 제공).
부산에 최대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3명이 숨지고 곳곳에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새벽 침수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사진: 독자 제공).

23~24일 부산 지역에 시간당 8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던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당국의 긴급 재난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8분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량 7대가 잠겼다. 당시 차량 6대에 있던 9명은 차에서는 빠져나왔으나 지하차도에선 대피하지 못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대원이 터널 안에서 8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 중 60대로 추정되는 남성과 30대 여성이 각각 숨졌다. 이어 24일 오전 3시 20분께 배수 작업을 벌이던 119 구조대원이 침수된 차에서 숨진 50대 남성을 차 안에서 추가로 발견했다. 따라서 해당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사망자는 총 3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갑자기 불어난 물로 차량 문을 제때 열지 못해 화를 당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높이 3.5m의 초량 제1지하차도에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인해 한때 물이 성인 키를 훌쩍 넘는 2.5m까지 차올라 피해가 커졌다.

폭우로 인해 쓰러진 펭수 조형물(사진: 독자 제공).
폭우로 인해 쓰러진 펭수 조형물(사진: 독자 제공).

폭우로 인해 광안리 해수욕장에 놓인 펭수 조형물도 쓰러졌다.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은 한차례 쓰나미를 당한 듯했다. 해변에는 폭우로 인해 라바콘(안전 표시 삼각콘)과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 상가들도 심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광안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득광(54) 씨는 “가게가 1층이다 보니 매장 안으로 물이 급격하게 들어와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곧바로 누전 차단기를 내리고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새벽 폭우로 침수된 센텀시티(사진: 독자 제공, 시빅뉴스 편집).
지난 새벽 폭우로 침수된 센텀시티(사진: 독자 제공, 시빅뉴스 편집).

폭우로 인한 피해가 늘자, 부산시와 관할 지자체 등 당국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초량 제1지하차도는 ‘상습 침수지역’이었지만 당일 오후 8시 호우경보가 발효된 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출입구 전광판에는 별다른 안내 문구가 나오지 않았고,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인명피해가 났다.

한 시민은 "교통난을 해결하려고 설치한 도심의 지하차도가 폭우 때 빗물을 가두는 저수지로 돌변했는데도 당국의 선제적 통제나 적절한 관리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부산시는 6년 전 집중호우로 침수된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2명이 숨진 이후, 지역 내 35개 지하차도 배수펌프 용량을 늘리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초량 제1지하차도(175m)를 비롯해 대남·구서·당감·문현·우장춘·내성 등 길이가 100m 이상 되는 지하차도는 배수펌프 용량이 부족해 여전히 폭우에 취약한 실정이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부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사진: 하태경 페이스북 캡처).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부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사진: 하태경 페이스북 캡처).

한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큰 피해를 당한 부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밤중에 부산시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사망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 중앙정부가 부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긴급 선포하고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 지원에 신속히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 가지 마세요’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사진: KBS 청원 게시판 캡처).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폭우와 관련해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 가지 마세요’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사진: KBS 청원 게시판 캡처).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네티즌들은 SNS에서 “서울에 사는 것도 스펙”이라며 수도권 외 지역의 재난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 ‘서울공화국’에 대해 질타했다.  

이들은 부산 지역의 큰 피해 상황에도 뉴스특보 없이 예정된 편성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송하면서 KBS도 다른 방송과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던 시간인 0시 이후, KBS 1TV는 0시 10분부터 음악 프로그램 '올댓 뮤직'을 방송했다. KBS는 '올댓 뮤직'이 끝난 오전 1시에야 '뉴스특보'를 20분 남짓 방송했다.

KBS 청원 게시판에는 ‘부산에서 KBS 수신료를 받아 가지 말라’ ‘경남·부산 물난리인데 특보 안 하나’ ‘재난방송국 맞습니까?’ 등의 글이 올랐다.

부산시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이 모(57) 씨는 “인명피해가 걱정돼서 밤 늦게까지 KBS 뉴스를 틀었지만 부산 폭우 피해에 대한 내용은 잠깐 뿐이었다”며 “이럴 거면 부산에서 KBS 수신료를 왜 받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한 모(24) 씨도 “폭우로 인해 도로가 침수되고 피해가 커진 상황에서도 KBS에선 음악만 흘러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KBS는 "재난방송 단계 규정에 맞춰 보도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호우는 3단계로 나눠 특보를 하게 되는데, 23일 상황은 1단계와 2단계에 해당돼 ‘하단 스크롤’ 자막 방송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또 3단계는 장기간 호우경보가 계속돼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그 피해가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될 때 하는 방송이라며 부산 지역에서는 두 차례, 창원 지역에는 한 차례 10여 분간 ‘지역 특보’를 방송했다고 밝혔다.

이번 부산지역 폭우 강수량은 최근 20년 중 역대 5번째로 많은 양이다. KBS가 재난방송 단계 규정에 맞춰 보도를 했다고 하더라도, 현장 상황은 휠씬 더 심각했던 만큼 적절히 대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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