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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속 비 왔다 하면 '물 폭탄'... 태풍도 잦고 강해진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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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속 비 왔다 하면 '물 폭탄'... 태풍도 잦고 강해진다, 이유는?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20.08.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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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마, 일정한 지역에 강하게 내리는 특성
비 피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
기후변화 계속될 경우 ‘대기천’ 영향 더 많이 받아
서울과 경기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경보가 내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 인근의 유실된 도로(사진: 더팩트 제공).
서울과 경기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경보가 내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 인근의 유실된 도로(사진: 더팩트 제공).
올 여름 장마가 후텁지근한 날씨와 함께 예년보다 유독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120mm 이상의 비가 내리고, 남부 지방에는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 여름 장마, 길어지고 강해지고: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는 장마가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째 이어지며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남부지방은 6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38일간 지속했다. 남부지방 장마철이 가장 길었던 해는 2014년으로 총 46일이다.

남부지방과 함께 장마가 시작된 중부지방은 41일째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역대 최장기간인 2013년 49일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장마는 특히 국지적으로 강하게 내리는 특성을 띄고 있다. 7월 하순 ‘북태평양고기압’이 본격적으로 확장함에 따라 정체전선이 함께 우리나라로 북상했다. 이어 고기압 가장자리로부터 따뜻한 수증기가 다량 유입돼 강수 구역이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후 4시까지 서울·경기도에는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어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오전 10시 30분 기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집중호우로 모두 13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7명이다.

폭우는 세계적 현상: 비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초 규슈(九州)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내려 70여 명이 사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4일 열린 각의(閣議, 우리의 국무회의 격)에서 규슈를 중심으로 한 폭우 피해를 '특정비상재해'로 지정했다.

중국 역시 남부지역에서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수재민이 지난달 말 기준 5000만 명을 넘어섰다. 6월부터 이어진 큰비로 창장(長江, 양쯔강) 유역 홍수통제에 핵심 역할을 하는 샨샤(三峽)댐이 여전히 높은 수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동남부 해안지역에 태풍 상륙 예보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태풍+'대기천'='물폭탄'? 우리나라도 '대기천' 현상:  한편 지난해 10월 12일 일본을 강타한 19호 태풍 하기비스(Hagibis) 영상(일본 기상 위성 히마와리 8호에서 촬영)에는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태풍 오른쪽 남북으로 긴 구름 띠, 남미 아마존 강의 두 배에 해당하는 물을 머금은 수증기 흐름이 관찰된 것이다.

이른바 대기천(大氣川, atmospheric river)이란 현상이 발견됐다. 대기천은 수증기가 가늘고 길게 이동하는 현상이다. 주로 중위도 저기압의 따뜻한 지역에서 나타나며 지구 대기에서 수증기의 생성·소멸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일본 기상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해 "대기천이 태풍과 결합한 것이 관측된 것은 최초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대기천과 결합했던 태풍 하기비스는 도쿄 남서쪽 하코네에 하루 922㎜의 엄청난 폭우를 퍼부었고, 80명 이상이 목숨을 앗아갔다.
대기천의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출처: 미 해양 대기국(NOAA))
대기천의 원리를 설명하는 그래픽 자료(사진: 미 해양 대기국(NOAA) 홈피).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알려진 현상이지만, 국내에서 대기천 관련 연구가 시작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기상학자들은 태평양 하와이에서 시작, 미국 서부 해안까지 따뜻한 수증기를 빠르게 수송하는 폭풍 이동 경로를 '파인애플 익스프레스(고속)'라고 불렀다. 대기천은 미국 미시시피 강물의 15배나 되는 수증기를 품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2월 27일 열대 북태평양에서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으로 흐르는 폭 350마일(563㎞), 길이 1600마일(2575㎞)의 대기천이 관찰됐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만(灣) 북쪽의 소노마 카운티에는 533㎜의 폭우가 퍼부었고, 러시안 강의 수위는 홍수위(홍수 시 유량을 최대로 저장할 수 있는 수위)보다 4m나 더 높은 13.8m까지 차올랐다. 소노마 카운티에서는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대기천에 관한 논문이 출판됐고, 최근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연구 보고서도 나왔다. 국립기상과학원 연구팀이 한국기상학회지 '대기'에 제출한 '대기천 상륙이 한반도 강수와 기온에 미치는 영향 연구'라는 논문을 보면, 여름철 한반도 남쪽 지역에서는 전체 강수량의 35% 이상이 대기천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남부 해안지역에서는 대기천에 의한 강수량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대기천이 상륙한 날은 강수 강도도 증가했다. 상위 5%의 강수 강도를 보인 날을 기준으로 대기천이 나타난 날에는 대기천 없이 비가 내린 날보다 1일 강수량이 10㎜ 더 많았다. 대기천이 상륙하면 산지 지형에서는 강수 강도가 더 많이 증가했다. 한반도의 장마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강도가 세지고 시작 시기가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한반도는 대기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늦게 오는 태풍도 자주, 강력!: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수가 늘어난 것도 여름 강수량이 늘어난 탓이다. 제4호 태풍 ‘하구핏’이 장마전선에 수증기를 공급해 이번 폭우가 더 심해진 것과 같은 이치다.

태풍은 통상 8~9월에 한반도를 통과하는데, 이 경우 두 번째 우기의 소멸 시기가 그만큼 늦어져 장마 기간도 늘게 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8월의 평균 강수량 증가 경향이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의 수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은 7개로, 근대 기상업무를 시작한 1904년 이래 가장 많은 수(1950~1959년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태풍의 빈도와 강도 역시 기후변화 영향으로 점차 잦아지며 강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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