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코로나19 안정 때까지 의대 확대 및 공공의대 추진 중단키로
의대생 동맹유학, 국가고시 거부 진통...의료계 구제 요청하나 정부는 강경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과 불안의 시간을 보내는 중에 터진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다행히 양측의 협상 끝에 타결됐다. 그러나 전공의를 중심으로 강행한 의사 파업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더구나 의과대 학생들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하고 동맹휴학을 지속하고 있어 파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23일 발표한 4대 의료계획에 반발해 시작된 의료계 반발은 약 보름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4일 정책협약 이행 5개 합의서에 서명하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진정국면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최종 합의문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재논의한다"고 명기했다.
약 보름간 의료진들을 파업하게 한 정부의 4대 의료 계획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한의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추진이다.
정부가 4대 의료 계획 정책을 추진한 배경은 △국내 의사 수가 OECD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지역별 의사 수 격차도 심각하며 △과거 사스와 메르스, 최근 코로나까지 감염병 유행 때마다 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져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네 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달랐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공공의대 설립이다. 보건복지부는 서남대 폐교에 따라 발생한 기존 정원 내에서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역학조사과와 감염내과 등 필수분야 전공을 설치해 해당 인력을 양성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지역의사제가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며, 공공의대를 통한 의무복부는 오히려 의료의 질을 낮출 것이라면서 의무복무 후 수도권 쏠림현상이 유발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는 처음에 의사들이 파업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밥그릇 싸움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이번 겨울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같은 병실에 제주도에서 수술하러 오신 할머니가 계셨는데, 할아버지도 같이 올라오셨다. 할아버지가 간병을 위해 병실에서 숙식하면서 불편하게 생활하시는 것을 보고 '제주도에서 왜 여기까지 오셨지? 제주도 의사들은 수술을 잘못 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또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큰 병에 걸렸는데 부산에서는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해 서울까지 가서 수술을 하고 현재는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
지역과 시골에는 수도권보다는 비교적 의사 수가 적은 게 사실이다. 또 수도권에 비해 실력이 좋은 의사가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지역민들은 생각하고 큰 병이 걸리면 서울로 올라가곤 한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며 의문이 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8월 24일 보건복지부에서 공공의대 설치와 관련하여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학생을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나는 '특혜가 생길 뿐 추천을 받아 의사가 된 사람을 믿고 진단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부터 '실력 없는 의사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이 될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행스럽게 합의 후 의료진들은 대부분 현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며 동맹 휴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의료계 원로들은 의대생을 구제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의대생들에게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구제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파업이 마무리 됐더라도 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점으로 돌아가 양측 모두 만족하는 정책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