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기업은 여성 고득점자를 채용과정에서 고의 불합격시켜 논란
남녀고용평등법 강화하고 양성평등 캠페인 지속 필요
미국 시각으로 7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게 됨에 따라 그가 지목한 카멀라 해리스도 부통령으로 당선됐다. 해리스는 이날 밤 승리를 확정 지은 뒤 대국민 연설에서 “제가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첫 여성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밤 모든 소녀들이, 이 나라가 가능성의 나라임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해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비록 미국인은 아니지만 나 또한 해리스의 연설을 들으며 뭉클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녀는 연설 내내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함께 투쟁해온 여성들의 희생을 언급하고 소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다. 남성과 백인이 쌓은 백악관의 가장 견고한 ‘유리천장’을 부수고 첫 여성·흑인 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전한다. 미국의 길고 긴 역사 속 ‘첫 여성’이라는 타이틀은 양성평등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첫 여성이라는 타이틀은 이렇듯 이제야 붙는 곳들도 아직도 존재하며 앞으로 붙여져야 할 곳 또한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21대 국회의 여성 정치인은 57명으로 역대 최다라고 하지만 여전히 OECD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전체 의원 수의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단 정치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기업 중 여성 임원 비율은 3.6%이고, 고위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7.9%다. 사회에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요직들에는 대부분 남성들이 자리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여성들의 능력이 떨어져서인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지적 능력이, 또는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던 남성 중심 사회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다”는 이유로 면접 과정에서 합격권에 있던 여성 7명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 불합격시켰다. 황당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것이 선진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여성이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조차 빼앗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실에 좌절하고 포기해버리면 이제까지 유리천장을 부수기 위해 목소리 내왔던 많은 여성들의 노력이 사라져 버린다. 사회는 이유 없이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 확대·남녀고용평등법과 같은 정책적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고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성 불평등과 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을 교육 또한 중요시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불평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비록 지금 당장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우리가 내는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작은 울림이 되고, 그 울림은 여성들의 머리 위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를 두드려 부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