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시사 프로 '창'에서 극단적 선택 유가족 재조명KBS의 시사 프로 '창'에서 극단적 선택 유가족 재조명
유가족의 우울감은 일반인의 18배
유가족의 극단적 선택 계획 가능성으 일반인의 6배
정부와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보살핌 필요
‘자살 생존자.’ 가족이 자살한 뒤 남은 사람들을 전문가들은 이렇게 부른다. 가족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 많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남은 생을 견디며 생존해 나간다는 뜻을 강조한 개념이 ‘자살 생존’이라고 한다. KBS의 시사 프로그램 ‘창’에서는 얼마 전 이 자살 생존자에 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단적 선택 유가족 10명의 심층 인터뷰는 나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전에 나는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소식을 들으면 먼저 고인에 대한 애도를 우선시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남은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유족들은 슬픔과 자책감에 고통스러워했고, 고인이 남긴 빚에 애도할 정신도 없이 현실에 쫓기기도 했다. 다른 사인(死亡原因)과 달리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을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받아도 주변에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떠난 이에게 가려진 남은 이들의 고통은 결코 작지 않았다.
중앙심리부검센터에 의하면, 유가족의 우울 위험은 일반인보다 18배나 높다. 극단적 선택 계획을 세울 가능성도 일반인에 비해 6배 정도 높아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도로 이어지는 일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책은 부실할 뿐이다. 유족들은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 먼저 도움을 찾아 나서기도 어렵다고 말했지만, 아직 이들을 위한 전용 상담전화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내 주변에는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간간이 부모님의 지인이 사업 실패, 도박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스쳐 지나가듯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문득 당장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조금만 나이를 더 먹어도 쉽게 접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상상조차 조심스럽고 무서운 일이지만 만약 가족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을 경우를 생각해 봤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멀게만 느껴졌던 법적, 경제적인 문제가 갑작스레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2019년부터 13개 기초 지자체에서 유족 지원 원스톱 서비스를 시범 실시 중이다. 경찰서 등에서 극단적 선택 사건을 인지해 통보하면 24시간 내에 원스톱 팀은 유족들에게 심리·법률·행정·숙소·청소 등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지원해 준다. 하지만 지원 시스템이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돼 있다. 코로나19로 극단적 선택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 만큼 원스톱 서비스의 빠른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떠나간 사람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가야 할 자살 생존자들이 전문기관의 도움과 주변인들의 손길 아래 미뤄뒀던 애도와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빌어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