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23, 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김 씨는 최근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김 씨는 영화를 보기 전, 좌석을 확인하기 위해 예매 앱을 들어갔다가 자신의 옆자리에 누가 예매해 놓은 것을 발견했다. 다른 빈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옆자리에 예매한 게 미심쩍어 김 씨는 원래 자리를 취소하고 다른 자리를 예매했다. 상영관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원래 김 씨가 예약한 자리 옆에 앉은 사람은 한 남성이었다. 그 남성은 상영관에 들어온 후 영화가 시작할 때까지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 씨는 “다른 자리도 많았는데 굳이 내 옆자리에 앉으려고 한 이유가 궁금했다. 만약 자리를 안 바꿨으면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지 조금 무서웠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 혐오 사건들이 일어나는 와중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가 불쾌한 일은 겪은 경험담이 올라오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늘고 있다. 여성들은 이제 영화관에서조차 시선폭력을 당하고 있다. 박민선(21, 부산) 씨는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가 성추행 당한 여성의 글도 봤다. 앞으로 혼자 영화 보러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겪은 건 김지민 씨만이 아니다. 김 씨와 마찬가지로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안정현(27, 부산 동래구) 씨도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좌석 맨 뒷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안 씨는 평소처럼 뒷자리를 미리 예매해 상영관에 들어갔다. 그의 옆자리에는 한 남성이 앉았지만 안 씨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안 씨는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영화를 보다 말고 자신을 계속 흘끔흘끔 쳐다봤기 때문. 안 씨는 “영화를 보는데 계속 시선이 느껴져서 옆을 봤더니 옆에 앉은 남성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는데도 시선을 피하지 않아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당황스럽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안 씨는 두 자리를 예매한 후 상영 20분 전에 한 자리를 취소하거나 시작하기 5분 전에 현장 예매를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일하는 최수빈(25) 씨는“현장 발매하는 남성 관객들 중 굳이 한 자리만 예매된 곳 옆자리에 예매하는 분들이 있다. 일행인지 물어보면 아니라고 해서 다른 자리를 추천했는데도 거부하고 굳이 그 자리에 앉는다. 심지어 한 자리만 예매된 좌석이 여성이 예약한 것이냐고 물어보는 남성 관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영화관들이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현재로선 별다른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피해를 입으신 여성분들이 직원들에게 알려주신다면 꼭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