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뉴욕에서는 한 교통 표지판으로 인해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 장애인 표지판의 디자인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쭉 뻗은 굳은 팔과 휠체어 이미지의 기존 장애판을뉴욕시는 ‘뻣뻣함’을 던져버리고 팔은 뒤쪽으로 향해 휠체어를 밀며 힘차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로 장애인 표지판의 디자인을 바꾸었던 것.
그러나 한국은 이미 뉴욕보다 훨씬 이른 2002년에 KS(한국산업규격)에 등록된 비슷한 문양의 장애인 마크를 만들었다. 이 마크는 뉴욕의 장애인 표지판과 흡사한 모습으로 능동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그러나 이 표지판이 쓰이는 곳을 도무지 찾아볼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일반인들에게 장애인 표지판의 모양이 두가지인 사진을 보여 주며 이 사실을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부산의 한 대학생 김아람(23) 씨는 “현재 느낌은 분명 두 가지가 확 다른데, 이 표지판(KS지정표지판)을 쓰는 곳은 한 번도 못봤다. 실제로 본 것은 지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ISO(국제표준기구)와 KS가 지정한 표지판을 이용하는데, 장애인 표지판의 경우 둘 다 사용할 수 있지만 수동적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인 ISO의 표지판만 대부분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의 장애인 K(26) 씨는 “나는 장애인이라 KS 표지판을 이미 알고 있다. 표지판을 바꾸는 작은 시도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될 텐데 잘 쓰이지 않고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당시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권리를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으로서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훨씬 일찍 새 표지판을 채택해놓고도 실천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선 KS의 마크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