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택가격 7년동안 82.4% 상승, 부산 내 100대 기업 본사 ‘0’
좌절하는 청년들...주식, 가상화폐 투자 등 재테크에 눈 돌리기도
#1. 직장인 박지섭(25, 경남 김해시) 씨는 23살부터 주택 창호 설치 및 철거 일을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출근해 일을 하고 일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나 스크린 골프를 즐긴다. 올해부터는 한 달에 한 두 번씩 골프장 라운딩을 가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한 박 씨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 박 씨는 “집값이 감당이 안 된다. 대한민국 부동산은 미쳤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집값은 도대체 얼마나 올랐을까?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의 주택 매매 평균 가격은 4억 2380만 원, 서울은 8억 7410만 원, 지방은 2억 5410만 원이다. 2014년 7월 전국, 서울, 지방의 주택 매매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7년 동안 전국은 82.4%, 서울은 96.6%, 지방은 68.6% 치솟았다.
치솟은 집값으로 인해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기도 한다. 31.7년 동안 숨만 쉬며 월급을 모아 서울 아파트를 마련할 바에는 혼자 월세 집에서 적당히 편안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대 남성 미혼율은 50.8%로 2015년에 비해 6.6%포인트 증가했다.
#2. 대학생 장윤석(25, 부산시 남구) 씨는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올해 경성대학교 사진학과에 편입해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한 장 씨에게 매달 나가는 월세와 생활비는 큰 부담이다. 아르바이트와 학교생활을 병행하던 장 씨는 두 달 전부터 교내 근무 장학생 일까지 하기로 했다. 디지털디자인 관련 일에 종사하고 싶은 장 씨는 졸업 후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야만 한다.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장 씨를 비롯한 청년들에게 선택권은 별로 없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몰려있다. 부산상공회의소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본사의 91곳이, 1000대 기업 본사의 743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주요 대학, 병원, 교통, 문화, 복지 등의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인해 수도권 집값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천정부지로 솟은 수도권의 집을 살 수 없는 2030 청년세대는 결국 결혼을 포기하게 되고, 이는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 수는 27만 2300명으로 전년에 비해 3만 300명이 줄어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인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찍었다.
결국 치솟는 집값에 지방에는 없는 일자리로 인해 좌절하는 젊은이들은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희망을 걸기도 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직장인 박지섭 씨는 주식, 가상화폐와 더불어 금테크에도 발을 담갔지만 손실을 봤고, 결국 로또를 마지막 인생역전의 기회로 꼽았다. 박 씨는 “로또는 내 인생의 낙”이라며 “수동 5000원을 다 같은 번호로 밀어버린다. 1등에 당첨되면 100억 원”이라고 행복해했다. 이번 주에는 로또에 당첨되겠지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은 박 씨와 같은 청년들은 오늘도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