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4월 5일 방송에서, ‘온 몸이 사시나무 떨 듯’을 ‘온 몸이 시시나무 떨 듯’이라고 자막을 내보내 네티즌들이 게시판에 캡처한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오타를 찾는 것이 재미있었다는 동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범진(21) 학생은 “한 두 번이면 웃고 넘기겠는데, 너무 잦으니까 방송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회의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경영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조진원(20) 학생은 “요즘은 자막 과잉 시대다. 방송의 소리를 굳이 듣지 않더라고 내용을 알 수 있을 만큼 자막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방송 자막의 오타나 통신언어 사용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방송위원회의 자막 사용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선 무분별한 외국어를 비롯해, 비속어, 통신어를 그대로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급(急)―’, ‘왕(王)―’ 같은 단어를 접두사처럼 쓰는 것을 꼽았다.
통합검색 사이트 Daum의 ‘아고라’에 의하면, ID 하늘샘 씨가 “요즘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보면 자막이 참 엉터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금세 따라 말하기도 좋지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집에서 방송을 보고 있는 청소년과 아이들을 한번만 더 생각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5일, KBS 예능프로그램 ‘스타골든벨’에서 가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에게 대시한 남자를 캐묻는 장면이 방영됐다. MC 지석진은 '신화냐, 슈퍼주니어냐?'고 묻자 가인은 '슈퍼주니어는 나이가 좀 많은 아이돌이구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럼 빅뱅? 혹시 G드래곤이냐?'며 끈질기게 물었다. 이에 당황한 가인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려고 했던 것이 '맞습... 네'로 자막처리 되어 전파를 탔던 것이다. 사실의 실상을 알게 된 네티즌들이 '스타골든벨' 게시판에 제작진의 자막 실수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사건이 있었다.
부산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임정아(21) 학생은 “저는 그 방송을 보고, ‘스타 골든벨’이 시청률을 높이고 싶어서 그랬다고밖에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자막으로 시청자들을 속인건지, 실수인지 믿을 수가 있어야죠”라고 말했다. 또, MBC 사극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은 ‘이산’의 45회 방영 날, 이산의 화려한 정조 즉위식이 거행되는 장면을 방영하던 중 다음주 46회를 예고하는 자막이 나오는 방송사고도 일어났다.
MBC 보도국 문화팀 차장 대우 이승용 씨는 “방송 자막을 내보낼 때 문법도 중요하지만 화면상에서 안정감을 갖기 위해서 ‘하다’ 같은 경우를 띄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자막은 시청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청소년들의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문법의 오자는 더 많은 검토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동의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손지나(21) 학생은 “앞으로 제대로 된 자막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방송위원회의 더 많은 관심과 철저한 조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