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초성 은어' 대유행...젊은이들 일상 생활까지 파고들어
인터넷 보급과 더불어 인터넷 은어가 만연한 지 꽤 오래됐다. 최근 인터넷 은어는 진화를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은어가 거의 날마다 출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얼짱, 냉무(메일 제목만 있고 내용은 없다는 뜻) 등의 줄임말 형태의 은어가 주로 쓰였다. 최근 대학생 김모(22) 씨는 한 인터넷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서 ‘ㅇㄱㄹㅇ’이란 은어가 계속 쓰이는 것을 발견했다. ㅇㄱㄹㅇ의 의미를 몰라 검색해보니, ‘이게 리얼’의 줄임말이었다. 이는 ‘이게 사실이다, 이게 맞다’는 뜻이었다. ㅇㄱㄹㅇ와 비슷한 의미로 ‘사실이다’를 줄여 ‘ㄹㅇ’이라고 쓰기도 한다. ㄹㅇ은 그 원어를 알기가 참 어렵다. 그 외에도 ‘인정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ㅇㅈ’도 있다. 이들은 모두 한글의 초성을 이용한 인터넷 은어들이란 특징이 있다.
과거에 초성을 이용한 은어로는 ㄱㅅ(감사), ㅎㅇ(하이) 등으로 단순한 단어나 첫인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초성 은어들은 복잡하고 구체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까지 확장됐다는 특징이 있다. 그 예로는 ㅅㅌㅊ(상타치: 평균 이상이란 의미), ㅎㅌㅊ(하타치: 평균 이하라는 의미), ㅂㅂㅂㄱ(반박불가)와 같은 것들이 있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ㅈㄱㄴ(제목이 곧 내용), ㄴㅈ(노잼: 재미가 없다는 의미), ㅇㅂ(일베: 보수 인터넷 사이트 일간 베스트의 약자), ㄹㅇㅍㅌ(리얼팩트), ㄱㄴㅇ(가나요: 어디 가느냐는 의미), ㅅㅈㅅㄹ(성지순례: 과거에 한 말이 미래에 적중되었을 때 적는 일종의 감탄사) 등을 들 수 있다.
초성 은어들은 위와 같은 의미만 알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이런 초성 은어를 본 사람들은 그 의미를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인터넷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인터넷 은어를 해석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인터넷 초성 은어들은 날마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커뮤니티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으면 그 유행을 놓쳐 따라가기 어렵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임모(26) 씨는 취직 때문에 한동안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에 처음 보는 초성 은어들이 많이 등장해서 이해가 불가능했다. 생각다 못해 임 씨는 이를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렸다. 임 씨는 “인터넷 은어를 모르니 내가 인터넷 세대가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점차 대학을 벗어나는 내 주변 사람들도 인터넷 은어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최신 은어를 블로그에 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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