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어딜 가나 쉽게 만나는 간식이 팥빙수. 시원하게 간 얼음 위에 달콤한 팥과 갖가지 토핑까지. 바야흐로 빙수의 계절이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차가운 빙수 한 숟갈 떠먹으면 그게 바로 작은 행복이 아닐까. 부산의 유명 빙수집을 찾아가 봤다.
용호동 할매팥빙수
부산 3대 팥빙수집이라 불리는 곳 중 하나. 가게에 들어서니 열두어 개 테이블에 손님이 빼곡하다. 포장 손님도 끊이지 않는다. 얼마나 맛이 있길래 이리들 부산할까. 주문하자마자 나온 빙수에 든 것은 얼음과 팥, 약간의 사과잼 뿐. 겉보기엔 여느 빙수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한입 먹어보면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얼음 위에 얹힌 팥은 일반 빙수의 팥보다 덜 단 게 팥죽맛에 가깝다. 팥 아래에는 투명한 생 얼음이 들어 있고, 속을 더 파보면 하얀 우유얼음이 나온다. 차가운 얼음과 팥의 조화를 맛봤다면, 그 옆에 있는 노란 색의 잼을 함께 먹어보자. 과육이 씹히는 사과 잼이 달콤한 맛을 더해 한술 두술 자꾸만 떠먹게 된다. 이 가게는 팥죽과 팥빙수만 판매한다. 한 그릇 2,500원.
남천동 보성녹차 팥빙수
부산에서 팥빙수깨나 먹어 본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손에 꼽는 곳. '팥빙수의 교과서'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남천동 주택가에 위치한 이 가게는 외양부터 좀 특이하다. 화초와 나무로 둘러싸인 건물 두 채가 있는데, 화초 사이사이마다 손님들이 앉아 있다. 멀리 휴양림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 주문하고 나서 시원한 녹차를 마시며 기다리면, 우유가 조금 부어진 얼음과 팥, 맨 위에 조금 뿌려진 녹차 가루가 전부인 빙수를 만나게 된다. 별것 없어 보이자만, 한 입 먹으면 적당히 단 팥과 입 안에서 사각거리는 얼음알갱이의 교과서적인 맛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예전에는 녹차팥빙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팥빙수와 팥죽 두 가지만 내놓는다. 한 그릇 2,500원.
범일동 밀탑 밀크빙수
눈꽃빙수의 원조. 전국 현대백화점마다 입점해 있는 밀탑 브랜드다. 부산 현대백화점 9층에도 들어와 있다. 예전에는 번호표를 뽑아 기다릴 만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여름에는 자리 잡기가 힘들다. 지금은 다른 눈꽃 빙수나 프리미엄 빙수가 많이 나왔지만, 이 빙수는 백화점 안에서 빠르게 맛볼 수 있다는 장점과 원조라는 이름값을 가지고 있다. 밀크 빙수는 연유와 우유가 섞여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얼음에 쫄깃한 팥이 올라가 있다. 달콤한 팥 위에는 쫀득한 떡 두 조각이 올려져 눈으로도 식욕을 자극한다. 밀크빙수 외에도 녹차, 커피, 딸기 등의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인기 있는 것은 단연 밀크와 녹차다. 가격은 7,000원.
전포동 카페 스모어 얼그레이빙수
최근 몇 년 동안 우유빙수, 망고빙수 등 팥 외의 다른 재료를 넣은 빙수가 트렌드를 이끌었다. 그렇다면 전포 카페 거리로 가서 뻔한 빙수 대신 홍차 빙수를 먹어 보는 것은 어떨까. 팥을 싫어하는 이들의 입맛에 맞을 듯. 홍차를 넣은 얼음을 갈아 견과류와 건포도를 뿌린 후 수제 홍차 아이스크림으로 화룡점정! 시원하고 진한 홍차의 맛에 더해 견과류와 건포도를 씹는 재미를 준다. 목을 넘어가는 시원한 얼음과 함께 느껴지는 홍차의 카페인에 시야가 툭 트이는 느낌. 이 가게는 얼그레이 빙수 단 한 가지만 내놓는다. 가격은 8,500원.
부전동 카페 모던테이블 자몽빙수
부산 서면에서 사진 찍기 좋은 카페로 이름 난 '모던 테이블.'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빙수도 예쁘게 나온다. 사르르 녹을 만큼 고운 입자의 자몽 얼음에 과육을 깨끗하게 발라 잔뜩 얹었다. 작은 컵에 꿀을 따로 주는데, 빙수 위 과육에 부어 먹으면 새콤달콤한 ‘꿀자몽’이 된다. 얼음 알갱이가 고와서 빨리 녹는데, 발아 먹을 수 있도록 빨대도 함께 준다.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주문한 빙수를 내어줄 때 종업원이 쟁반에 드라이아이스와 물을 부어 연기를 만들어 주는 감각적인 구경거리는 덤이다. 가격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