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한국시리즈 우승 뒤 30년이 흘러가
그래도 야구장으로 가는 것은 묘한 애증과 이끌림 때문
20대 롯데 팬 조승현 씨와 서동원 씨의 솔직한 이야기
"바람은 더 깔끔하고 좋은 시설의 야구장을 지어달라"
한국프로야구 출범 후 40년,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구단 이름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원년구단이자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이에 반해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정규시즌 우승 0회라는 한없이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심지어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인 1992년은 어느덧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부산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은 구도 부산이라는 말에 부응하듯 변하지 않는 꾸준한 열기로 팀에 화력을 더한다. 대학생 조승현(23, 부산시 해운대구) 씨와 대학생 서동원(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며 매 경기 쓴소리하면서도 발걸음은 다시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 야구장으로 향한다.
그래도 야구장으로 가는 것은 묘한 애증과 이끌림 때문
20대 롯데 팬 조승현 씨와 서동원 씨의 솔직한 이야기
"바람은 더 깔끔하고 좋은 시설의 야구장을 지어달라"
구도 부산의 어린이, 롯데 자이언츠에 빠지다
조승현 씨와 서동원 씨 모두 처음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를 접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사직 야구장에 간 것이다. 하지만 조승현 씨는 그 날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에 빠져 다음 날부터 바로 야구에 관심을 가졌던 것과는 달리 서동원 씨는 당시엔 관심이 없다가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사직 야구장에 가게 되면서 관심을 가졌다는 차이점이 있다. 두 사람이 롯데 자이언츠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비슷한 듯 다르지만 확실하게 지금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다. 둘은 평상시 롯데 자이언츠를 얼마나 좋아하냐는 질문에 “야구를 좀 그만 좋아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한국프로야구 시즌에 6시 30분이 되면 나도 모르게 야구를 보고 있다”며 “누군가가 갑자기 야구를 보러 가자고 해도 중요한 약속이 있지 않은 이상은 무조건 야구장으로 나간다”고 답했다.롯데 자이언츠의 전성기를 떠올리며
2008년부터 2012년은 롯데 자이언츠가 5년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한 팬들에게 잊지 못할 전성기다. 당시 처음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에 빠졌던 조승현 씨도 예외는 아니다. 조 씨는 “어릴 적 기억이지만 정말 재밌었다. 흔히 10점을 주더라도 11점을 내서 이기는 화끈한 부산 스타일이었다”며 “그렇게 넓은 사직 야구장이 항상 만원 관중을 이루고 신문지도 찢어서 흔들고 비닐봉지도 머리에 쓰던 응원으로는 초절정을 이뤘던 시점이었는데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렇게 전성기가 지난 롯데 자이언츠는 다시 하위권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인 이대호가 해외리그에서 복귀한 2017시즌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가을야구에 진출한다. 당시 고등학생 2학년이었던 두 사람은 “2017시즌 가을야구 당시 고등학교 야간자습시간에 선생님 몰래 보다가 경기에서 이겨서 소리 지르며 복도를 뛰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며 조 씨는 “결국엔 학원 선생님이 빔까지 쏴주셔서 같이 봤던 기억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이어 “이 시즌 이후 시즌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이대호 선수가 은퇴하기 전에 우승을 노렸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이것이 롯데 자이언츠의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유이한 한국시리즈 우승은 1984년과 1992년이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된 두 사람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비록 두 사람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1984년과 1992년을 그리워한다. 두 사람 모두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해서는 “1984년은 최동원, 1992년은 염종석 선수의 팔을 혹사해서 만든 우승”으로 같은 반응을 보였다. 또한, “당연히 저런 혹사가 다시는 나오면은 안되지만 지금 롯데에 두 선수처럼 팀을 위해 헌신하는 에이스 선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거인의 자존심,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무쇠팔 최동원
2022시즌 후 롯데 자이언츠의 전설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가 은퇴했다.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로 뛰며 타격 7관왕, 두 번의 트리플 크라운과 9경기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 등 롯데에서만 아니라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깊이 남을 기록들을 남겼다. 이에 보답하듯 한국프로야구는 삼성 라이온즈의 전설인 이승엽에 이어 이대호에게 두 번째 은퇴 투어를 진행했고 롯데 자이언츠는 이대호의 번호를 최동원에 이어 두 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2022년 10월 8일 사직 야구장, 이대호의 은퇴식이자 마지막 홈경기가 진행됐다. 역시 표는 오픈되자마자 매진됐고 조승현 씨는 극적으로 표를 구했다. 조 씨는 은퇴식에 대해 “표를 구하기 정말 힘들었다. 표를 뽑기 위한 줄이 야구장 한 바퀴를 둘렀을 정도로 사람이 정말 많았다”며 “은퇴식이 시작하고 나서는 이대호 선수가 말을 할 때마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났고 안 울기 위해 노력했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한편, 표를 구하지 못했던 서동원 씨는 “표를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 전 집에서 TV로 봤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던 것이 전성기 때의 사직 야구장을 보는 것 같아 인상깊었다”며 “이대호라는 상징적인 선수가 은퇴하니 더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초라한 성적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평가와 기대
롯데 자이언츠는 2017시즌 이후 5시즌 동안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에 코로나까지 더해진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지쳤고 사직 야구장에는 점점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2022시즌은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기에 팬들의 가을야구 소망은 더욱 간절했지만 결국 10개 구단 중 8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조승현 씨는 2022시즌 롯데 자이언츠에 대해 “리빌딩도 아니고 성적 잡기도 아닌 생각 없이 야구를 한다. 팀에 번트를 잘하는 선수가 없는데 주야장천 번트만 시도한다”며 팀 방향성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동원 씨는 “사실 이번 시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공을 제대로 잡는 포수, 공을 제대로 던지는 투수가 없고, 수비를 잘하는 선수도 없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어 “심지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을 보내고 하나의 장점만 보이는 몇 명의 유망주 선수들을 모아서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잠재력으로 메꾸려는 태도로는 절대 가을야구에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5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부진에 대해서 조승현 씨는 “팀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당장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면 3~4년 뒤의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전력을 가꿔나가야 하는데 롯데 자이언츠는 당장 팬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주먹구구식의 운영을 하는 것이 문제”라며 “그래서 지금 성민규 단장을 지지한다. 다른 팬들에게는 욕을 먹었지만 확실한 방향성이 보여서 롯데 자이언츠 성적 부진의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원 씨는 “팀을 이끌어 나갈 베테랑 포수가 없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과연 후배들이 실력도 없는 선배의 조언을 귀담아들을까?’라는 대사가 있는데 롯데에 딱 적합한 대사”라며 “실력이 비슷한 포수들끼리 모인다고 실력향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17년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인 강민호의 삼성 라이온즈 이적 이후 포수 포지션이 취약점이 돼 5년간 부진했던 롯데 자이언츠의 모습을 꼬집은 것이다. 한편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 바라는 점으로는 두 사람 모두 야구장 신설을 들었다. “다른 지역의 야구 구단들은 최근 헌 구장이 아닌 새 구장을 지었고 인천을 연고로 한 SSG 랜더스는 돔구장을 짓는다는 이야기도 하던데 롯데 구단은 부산시와 협력해서 오래돼 시설이 낙후해진 사직 야구장이 아닌 더 깔끔하고 좋은 시설의 야구장을 지어달라”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