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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 칼럼] 베수비오 산신령께 드리는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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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 칼럼] 베수비오 산신령께 드리는 염원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3.01.09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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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ADAnno Domini란 낱말을 영어로 쓰면 Year Domain 쯤 된다. 인터넷에서 도메인 네임은 숫자로 된 인터넷 주소를 일정한 단어로 정한 이름이다. 이처럼 하나의 연도를 일정한 기원紀元으로 정한 해가 AD, 즉 Domain Year다. 더 쉬운 영어로 하자면 CECommon Era다.

AD와 똑같이 전세계인들이 공통적 기원으로 삼는 년도인 CE 79년 8월 24일. 엄청난 일이 지구에서 일어났다. 그 날의 사건이 ‘폼페이 최후의 날’이란 제목의 장편 역사소설로 쓰여졌다. 이에 맞추어 여러 편의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었다. 0079년은 제정 로마 5대 황제 네루가 68년에 자살하고 6대 7대 8대의 황제가 1년여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연달아 죽고 평민 출신 장군 베스파시아누스Imperator Caesar Vespasianus Augustus가 자기 원래 이름 옆으로 온갖 권력자 이름을 3개나 더 붙여서 69년 9대 황제가 되고 10여년의 안정된 통치 후 그의 아들 티투스가 10대 황제로 막 즉위했을 때다. 로마제국의 수도인 로마시내에 거대한 콜로세움이 완공될 무렵이었다. 로마는 물질적으로 무척이나 풍족할 때였다. 하지만 로마시 남쪽으로 100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나폴리 인근 산에서 즉위 석달 만에 지구 역사상 엄청난 자연재해가 터진 것이다. 베수비오 화산 폭팔로 2만여명의 폼페이 시민들 중 피신하지 못한 3천여명이 화산이 내뿜는 열기와 연기에 질식하며 화산재에 뭍혀 즉사했다. 폼페이 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헤라클레스의 활동 무대였다는 이웃 도시 헤르쿨라네움Herculaneum 등도 사라졌다. 용암이 흘렀던 곳은 아예 완전히 태워졌지만 10미터 두께에 가까운 잿더미로 덮힌 곳은 흔적이 남았다. 그렇게 1500년 가까이 조용히 있다가 1592년 토목건설 중 건물이나 예술작품 등 부분적 발견이 있었다. 하지만 마땅한 발굴기술이 없어 내팽겨쳐지고 있었다. 150여년이 지난 후 당시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에 속했던 나폴리 국왕 카를로스 3세는 1748년에 발굴을 지시했다. 틀림없이 발굴될 귀중한 문화재에 물질적 욕심이 많았을 것이다. 고고학적 차원의 체계적 발굴은 1861년 이태리가 하나의 왕국으로 통일된 후 피오렐리Giuseppe Fiorelli 1823~1896가 발굴대장으로 임명되면서 조직적 발굴을 하면서부터다. 뒤덮힌 화산재를 걷어내자 참사 당시 폼페이의 생생한 모습이 드러났다. 결국 폼페이는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재난 참사 관광지가 되었다.

저 세 명의 여인은 독일 쪽에 가까운 프랑스의 소도시 Sarrebourg에서 왔단다. 저 뒤로 보이는 나지막한 산이 바로 베수비오다. 화산 폭팔시 높이가 절반 정도 깍여져 지금 1281m 정도다. 겉으로 보면 무척 순진한 산처럼 보인다.

저기 가깝게 보이는 베수비오 화산(사진: 박기철 제공).
저기 가깝게 보이는 베수비오 화산(사진: 박기철 제공).

하지만 수만명을 죽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산이었고 지금도 무서운 위험한 산이다. 1631년에도 반년에 걸친 진동후 폭발하여 인근 주민 1만여명 이상이 희생되었다. 1813년, 그리고 1944년에도 분화가 있었다. 또 언제 또 마그마가 분출되어 대형으로 터질지 모른다.

베수비오는 폼페이 참사와 연결되어 좀 무섭게 들린다. 그런데 인근에 사는 이태리인들은 베수비오를 친근한 산으로 여기는 것같다. 폼페이 시민들도 행복하고 여유롭게 사는 듯했다. CIRCUMVESUVIANA. 도대체 이 길다란 이름이 처음엔 뭔가 했다. 하지만 찬찬히 글자를 뜯어 보니 베수비오와 관련된 단어가 있다. CIRCUM은 반지 환環이란 뜻이다. 환경을 영어로 CIRCUMSTANCE라 한다.

베수비오 인근 기차노선 이름(사진: 박기철 제공).
베수비오 인근 기차노선 이름(사진: 박기철 제공).

CIRCUMVESUVIANA는 베수비오 화산을 반지처럼 둥글게 돈다는 뜻이겠다. 알고보니 나폴리에서 소렌토까지 다니는 철도노선 중심의 기차운행 서비스 이름이다. 비록 베수비오 화산은 과거에 수만명의 조상을 죽이고 현재도 불안정하지만 인근에 사는 300여만명의 현지인들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숙명으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한 이름으로 다가온다. 부디 베스비오 산신령께서 노여움 푸시고 화내지 마시길 바랬다.

CIRCUMVESUVIANA 기차를 탄 현지 폼페이인들(사진: 박기철 제공).
CIRCUMVESUVIANA 기차를 탄 현지 폼페이인들(사진: 박기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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