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대신 신랑과 신부가 혼인서약서 낭독
신부, “혼인서약서 낭독이 우리가 이끌어가는 느낌”
웨딩플래너, “작고 화려한 프리미엄 웨딩이 트렌드”
지난 29일 신랑 최모(32, 부산 금정구) 씨와 신부 김모(31, 경기 구리시) 씨는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객들의 격려와 축하를 받으며 진행되는 결혼식은 흔히 알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결혼식은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신랑, 신부부터 매끄러운 진행을 맡아줄 사회자, 신부의 드레스를 들어주는 직원 등 모두의 노력이 합쳐져 진행된다. 특히 사회자와는 다르게 혼인 생활에 필요한 조언을 해주며 예식을 관장하는 주례사는 결혼식을 더욱 진중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하지만 최 씨와 김 씨의 결혼식에는 주례자가 없었다.
해당 결혼식은 주례사 대신 혼인서약서가 낭독되었다. 서약서에는 신랑, 신부는 앞으로 상대방에게 어떠한 사람이 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신랑의 아버지가 성혼 선언문, 신부의 친구들과 아버지가 축사를 맡았다. 재치 있는 축사는 많은 하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축가로 나온 가수 ‘싸이’의 노래 ‘That That’은 식장의 분위기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신부 김 씨는 “웨딩 플래너도 이게 요즘 트렌드라고 하더라”며 “우리가 혼인서약을 낭독하는게 우리가 이끌어가는 느낌인 것 같다. 밝은 분위기도 무거운 것보다는 재미있지 않나”고 전했다. 여러 SNS에서 재미있는 결혼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랑이 입장할 때 친구들과 함께 신나는 음악과 함께 춤을 추거나, 축가 대신 신랑과 신부가 함께 춤을 추는 결혼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결혼을 담당한 웨딩플래너 하모(34, 서울 동대문구) 씨는 “밝고 재미있게 진행되는 것 말고도 작고 화려한 개성 있는 결혼식이 요즘 특징인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하객 수가 제한되니까 하객 수를 줄이고, 대신 식비가 줄어드는 만큼 장소나 장식에 예산을 투자하는 ‘프리미엄 웨딩’이 늘었다. 유명한 호텔이나 예식장은 짧게는 상반기, 길게는 하반기까지 자리가 다 찼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하 씨는 “이번 결혼식도 바깥에 준비를 다했는데 비가 와서 평범한 결혼식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미뤄두었던 혼인이 한 번에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혼인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5%, 2월은 전년 동월 대비 16.6%가 증가했다. 한 번에 몰리는 결혼식과 프리미엄 웨딩이라는 트렌드가 합쳐져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상견례보다 식장 예약이 우선”이라는 말도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