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입주민과 외부인 마찰...구청 "사유지라 개입 못한다" / 이령희 기자
원룸과 빌라는 법적으로 가구당 0.5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설치해야 하므로 차 소유가 적은 특성상 대다수 입주 세대가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원룸과 빌라 주차장에 외부인들이 얌체 주차를 하면서 정작 입주민들이 주차를 못 하는 지경에 놓여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아파트는 외부인 주차를 막기 위해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하거나 불법주차 위반 딱지를 붙여 입주민들의 주차 불편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원룸과 빌라는 재정적인 부담으로 건물 전체를 관리하는 경비원을 따로 두지 않고 외부인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 역시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인 주차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빌라에 사는 조모(50, 부산 수영구 망미동) 씨는 얼마 전부터 자신이 평소 주차하는 빌라 주차장 자리에 낯선 승용차가 사흘 동안 방치돼 있어 주차에 애를 먹었다. 세입자 소유 차량인지 확인한 결과, 외부인의 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입자들은 주차장을 이용한다는 명목으로 추가 관리비를 내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조 씨는 “못 보던 차들이 주차장을 차지하다 보니 입주민 전부가 불편을 겪고 있다”며 “반상회에서 견인조치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절차가 복잡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원룸에 사는 한예진(26,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씨는 세입자 전부가 차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원래대로라면 빈 공간이 생겨야 하는데도 최대 7대 정도까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차가 꽉 차 주차장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했다. 한 씨는 “주차장 입구까지 외부인 차량이 점거하다 보니 세입자들의 불편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원룸이나 빌라 주변에 교회, 학교, 학원이 있을 경우, 외부인의 얌체 주차는 더욱 심하다. 대학생 오모(22,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씨는 일요일마다 교회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대신해 주변 빌라 주차장에 많은 사람이 주차하는 바람에 교인들과 빌라 입주민이 실랑이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오 씨는 “빌라에 주차하려는 교회 사람과 주차를 막으려는 세입자의 싸움이 거듭되면서 이제 이웃 주민이 빌라 주변에서 주차하는 기척만 보여도 욕을 하며 내쫓는다”고 말했다.
외부인 얌체 주차에 스트레스받고 있는 김정윤(27,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맞은편에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주범(?)이라고 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건물 내 주차장에 주차하고 입구를 막은 채 주차한 뒤 사라지는 학부모들 때문에 얼마 전 그는 주차하던 학부모와 언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잠시 대 놓는 건데 뭐가 어떠냐,” “그쪽이 다른 곳에 주차하라”고 할 뿐이었다. 그는 “건물과 관련 없는 사람들 때문에 주차로 스트레스받고 다퉈야 하는 게 너무 열 받는다”며 “건물주에게 이야기도 해봤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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