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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무명 서예인의 20년 집념...『설문해자』 전체 쓴 전서(篆書) 서예교본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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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무명 서예인의 20년 집념...『설문해자』 전체 쓴 전서(篆書) 서예교본 발간
  •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4.07.0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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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공무원 퇴임 박병곤 선생의 '열정' 화제
부산의 무명 서예인이 최초의 한자자전((漢字字典)  『설문해자(說文解字)』 전체를 모필(毛筆)로 쓴 전서(篆書) 서예교본을 발간했다. 서예를 취미로 즐긴 지 20년 만의 결실이다. 전서는 인장(도장), 제명(題銘), 액자 등에 사용하는 한 서체(書體)다. 한자(漢字) 9,426자를 모필(毛筆)로 쓴 전서법첩(篆書法帖, 서예교본), 29.5cmX22.5cm 변형판에 448쪽의 묵중한 책자다. 펴낸 이는 부산광역시 공무원 퇴직자 박병곤(朴炳坤, 83) 선생. 책 제목은 『설문전서(說文篆書)』, ‘설문해자’를 전서(篆書)로 썼다는 뜻이다. '설문해자', 한학(漢學)을 하는 사람 외에는 생소한 말로, 후한(後漢) 시대 문자(内容)학자 허신(許愼)이 저작한 최초의 한자자전이다. 허신은 한자 체계를 6가지로 분류한 문자학의 태두다. 그는 한문 540부수 9.353자의 『설문해자』 30권을 쓰며, 본문은 소전(小篆)으로, 설명문은 예서(隸書)로 썼다.
공무원 퇴작자 박병곤 선생이 최근 펴낸 한자권 최초의 전서체 서예교본 『설문전서(說文篆書』 표지(사진=필자).
공무원 퇴작자 박병곤 선생이 최근 펴낸 한자권 최초의 전서체 서예교본 『설문전서(說文篆書』 표지(사진=필자).
다만, ‘『설문해자』, 그 원전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이즘 통용 중인 『설문해자』는 후학들이 자료를 수집, 재편저한 것이다. 따라서 재편저한 학자 간에 글자 총수와 글꼴 등에서 차이가 있다. 박 선생은 사계(斯界)에 권위가 있는 허신 저(著) 『단옥재주(段玉哉注)』(540부수 9426자)를 바탕삼아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한자를 214부수(현대 해서 부수)로 재분류해 썼다. 원 『설문해자』,는 540부수, 현대 해서(楷書, 214부수)를 설문전서자(字)로 찾을 순 없다. 그러나 이 ’설문전서‘ 자료를 214부수로 재분류한 만큼, 설문전서자(字)를 찾을 수 있다. 곧 설문전서자의 자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분류한 방법은 (설문전서자를 214부수로 분류한 자료는 없으나)설문해서자를 214부수로 반류한 자료가 있어, 이를 저자가 다시 전서자로 바꿨다. 두 글자체에 번호를 부여하여 맞춰가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재분류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도 없는 동양 한자권 최초의 책이다.
설문전서 본문 일부. 한지 반절에 전서체 글자 48자를 넣은 방식이다(사진=필자)..
 『설문전서(說文篆書)』 본문 일부. 한지 반절에 전서체 글자 48자를 넣은 방식이다(사진=필자).
둘째, 설문해자 전체를 모필(毛筆, 짐승 틀로 만든 붓)로 썼다. 현재까지 이런 자료는 없으므로, 이 책은 서예 전서법첩의 새 형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원본 규격은 한지(漢紙) 전지 반절에 48자가 들어가도록 했고, 그 분량은 총 206매다. 셋째, 정통소전(正統小篆) 서체로 썼다. 전서는 원래 원필로 쓰는 것이 원칙이나, 방필(方筆) 전서가 있는 등 서체의 종류는 많다. 정통소전 서체는 진시황 시대 진(秦)나라를 기본으로 문자를 통일한 서체다. 곧 진(秦) 이전의 문자를 대전(大篆), 진 이후 문자를 소전(小篆)으로 구분한 것이다. 진 나라 승상 이사(李斯)가 진시황 순수비의 글을 소전체로 썼고, 그 글체가 훌륭했다. 이것을 후대 사람들이 정통소전이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저자는 그동안 습득한 서예 지식을 바탕으로 전서(篆書)의 필법 등도 수록했다. 전서의 필법, 원필(圓筆)로 쓴다, 필획의 굵기를 같게 한다, 필획은 좌우 대칭 맞게, 결구의 형태는 종장(從長), 횡단(橫短)을 취한다 등이다. 서예의 이론을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의 차이는 있는 것, 어떤 예술이든 이론과 실기는 맞물려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박 선생은 이 대작 저작에 뜻을 세운 뒤, 실제 편찬작업 역시 만만찮은 공력을 쏟아야 했다. 한 가지 과정, 예를 들면 설문해자 540부수를 214부수로 변환하는 작업은. 허신 저 『단옥재주(段玉哉注)』 책 한권(760면)을 복사⇨그 책에 나오는 전서자 9426자를 한자 한자 칼로 오려낸 뒤⇨ 214부수 분류에 따른 설문해서 자료에서 번호를 찾아⇨그 아래에 풀칠로 붙여 540부수 전서 설문해자를 214부수 전서 설문해자로 바꾼 것이다. 한지 전지 반절에 48자를 전서(篆書)로 쓰는 작업도 하루에 1~2장 쓰기가 한계였다. 이렇게 책을 쓰기 위한 부수 자료 작성과 쓰기 글자 작업에 3년여가 걸렸다. 편찬작업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 이번 작업을 감내할 출판사가 부산에는 없어 서울 출판사에 의뢰, 부산~서울을 왕복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박 선생이 이 책에 쏟은 열정과 공력만큼, 책의 효용에 거는 기대도 크다. 중국·일본 등 한자권 나라에서, 복잡한 540부수 분류 설문해자 대신 간편한 214부수 분류 방식을 사용할 경우 서예 작업에 큰 도움을 주리라는 것이다. 지금도 간판, 액자 같은 큰 글씨는 전서로 쓰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박 선생은 어떻게 전문적 서예교본을 발간했나? 그는 말한다, “난, 한학자도, 전문 서예인도 아니다. 공직에서 퇴임한 뒤 우연한 기회에 서예에 입문, 20여 년 서예를 즐기고 있다”고. 그는 서실에서 여러 서체, 곧 전서(篆書), 예서(隸書), 해서(楷書) 등을 배우며, 그 중 전서, 소전(小篆)에 관심이 많아 다른 서체보다 자주 썼다. 소전 관련 여러 법첩(法帖)을 쓰다, 소전으로 꾸민 설문해자(說文解字) 전체를 써보려는 꿈을 갖기에 이르렀다. 선생은 스스로를 ‘갓끈 짧은 고졸’로 소개한다. 그는 ‘행운에 힘입어’ 부산시 공채에 합격, 1965년부터 2003년까지, 부산시와 내무부에서 38년을 근무했다, 마지막 직책은 부산 서구 부구청장. 그는 공직에서 재정·회계 전문가로 통했고, 이번 같은 복잡하고 험난한 저작과정을 감내한 것을 보면, 그의 셩격 한 면을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졸작이라 부끄럽다”, ‘시대의 역작(经典之作)’을 펴낸 이의 겸손한 한마디다. 박병곤 저, 이화문화출판사, 2024-2. 변형 448면,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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