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설치된 간판이 늘어나면서 간판 추락사고가 잦은데도 관계당국의 단속이 지나치게 느슨해 행인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 1월 부산 수영구 수영동 한 상가에서 식당의 철제 간판이 강풍에 떨어져 40대 여성이 부상하는가 하면,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가 덮쳤을 때도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사거리의 대형 간판이 떨어지고, 해운대구 좌동 송정 터널 인근에서는 광고용 간판이 넘어지면서 운행 중인 차량을 덮쳐 운전자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특히 경성대·부경대 앞거리에는 각종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해 있어 간판 추락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생 김진우(23,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 씨는 “평소 경성대·부경대 거리를 자주 다니는데 여기는 길도 좁은데다 간판이 많아서 강풍이 불거나 지진 발생 시 간판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도형(27,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도 “지난 태풍 때 아르바이트를 가려고 경성대‧부경대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강풍으로 길거리 간판이 흔들리고 소리도 나 불안했다”고 말했다.
보행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정작 상점 주인들은 간판 안전에 무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성대·부경대 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백상엽(44) 씨는 “구청에서 나와 간판 안전 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로 간판 안전은 간판 설치 업체가 알아서 했으려니 하고 신경 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성대‧부경대 거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서도숙(49) 씨도 “간판을 관리해 주는 업체가 있다. 우리는 업체에 돈만 지불하면 다 알아서 해주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관계 당국은 길거리 간판에 대한 안전 점검은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입장. 부산시 남구청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6개월 마다 옥외광고물에 대한 안전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구 내 모든 거리의 간판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어서 일부 대형 간판만 점검하고 노후 및 손상된 간판은 신고를 받아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정에 맞지 않는 불법간판도 쉽게 보인다. 부산시 옥외광고물 등 관리 조례에 따르면 1층부터 3층까지는 판류형 간판(글이 쓰인 간판을 벽면에 직접 부착하는 것)을 써야 하고, 4층부터는 판류형 대신 입체형 간판(입체적인 글자나 도형을 빌딩 벽면에 직접 부착하는 간판)을 써야 한다. 또,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소위 돌출간판은 세로 길이가 3m 이내여야 한다. 그러나 이 규칙을 어긴 간판들이 적지 않다.
건물 고층에서 판류형 간판이 추락했을 때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만 이 역시 단속이 쉽지 않다. 부산시 남구청 안전도시과 남진삼 씨는 “간판이 워낙 많아 민원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간판 주인에게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가 강제로 간판을 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내 광고간판 제작 업체들의 모임인 부산옥외광고협회 김대욱 사무처장은 “불법으로 간판을 제작하는 업체들이 많아 불법 광고물이 양산되고 있다. 당국이 이런 광고업체를 철저히 단속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