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속에 상품 광고가 은근히 들어가 있다. 이를 소위 PPL(product placement)이라고 하는데, 영화나 드라마의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상품을 팔아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 광고 행위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독 PPL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SBS 드라마 <닥터스>에서 여주인공인 박신혜가 머리에 물을 묻히지도 않은 채 샴푸하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제대로 말리지도 않은 머리에 헤어 에센스를 바르는 장면이 등장했다. 여기에 나오는 상품이 바로 박신혜가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 ‘려(呂)’의 ‘려 자양윤모 탈모 방지 헤어 샴푸와 헤어 에센스’다. 시청자들은 “극 중 몰입도를 깬다,” “드라마를 본 것인지 광고를 본 것인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KBS 2TV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배우들이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을 들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먹는 모습이 등장하는가 하면, 파견나간 우르크에서 ‘오쿠 중탕기’를 이용해 삼계탕을 끓여먹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태양의 후예>를 ‘PPL의 후예,’ ‘홍삼의 후예’라고 놀리기도 했다.
반면, PPL이 등장해도 시청자들이 불만스러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tvN의 드라마 <미생>은 드라마의 배경인 회사 사무실 여기저기에 'Double A' 복사 용지와 그 박스가 자주 등장했지만, 시청자들은 저게 왜 저기에, 혹은 저 대목에서 나와야 하느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무언가 복사용지라는 PPL의 등장이 시청자들의 눈을 거슬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덕분에 'Double A'는 드라마 방영 전년 대비 70%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tvN의 또 다른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주인공 ‘나나’는 매일 커피를 마시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나나가 커피를 타고 권하는 장면에서 커피 상품명 ‘카누’가 수차례 노출됐다. 그러나 극 중 캐릭터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눈에 자연스러웠고, 등장하는 두 여배우 나나와 전도연이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은 두 인물의 관계 개선을 보여준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요즘 제작 여건 상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PPL이 등장하지 않을 수는 없다. PPL은 드라마의 인기와 제작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한류 바람을 타고 드라마가 해외에 수출이 되었을 때를 고려하면, 무역 역군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PPL이 광고 같지 않은 광고가 되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 있었으면 좋겠다. PPL이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끼워져 있었으면 좋겠다. 극의 흐름을 고려할 때 PPL의 타이밍이 중요할 듯하다.
PPL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국산 드라마 속 국산 제품은 침체된 우리 경제에도 좋다. PPL도 드라마의 일부분이라면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연출력이 필요하다.
제작비 충당을 위해서 PPL이 필요한건 알겠지만 PPL에도 시청자를 향한 예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애시청자로서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적재적소에 PPL이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