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동면 법기리에 위치한 법기수원지가 지난 7월 15일 개방됐다. 지난 1932년에 축조된 법기수원지는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79년 동안 한 차례도 개방되지 않은 금단의 땅이었다. 덕분에 양산, 부산 일대 7,000여 세대에 물을 공급해 온 넓고 맑은 수원지와 편백나무, 소나무, 히말라야시다 등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득한 숲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돼왔다. 이 때문에 ‘신비의 숲’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등 지금까지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를 방증하듯 현재 개방된 지 세 달밖에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다녀간 시민의 수는 무려 12만 명이 넘었다. 이곳에 대한 소문을 듣고 지난달 수원지를 찾았다.
수원지가 있는 법기 마을은 주말을 맞아 바람을 쐬러 나온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이 친구, 연인, 가족 단위로 보였다. 거리에는 파전, 잔치국수 등을 파는 먹거리 체험장, 집과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만들어 놓은 분식집, 생태환경 체험장 등이 즐비했다. 도로변에서 자신들이 직접 기른 채소, 야채 등을 파는 주민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길을 따라서 계속 안으로 들어가니 법기수원지 입구가 나왔다. 입구 옆에는 법기수원지 관리사무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근무하는 관리인 두 명이 방문객들의 가방을 회수하고 음식물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수원지 내에는 음식물 반입이 금지다.
산책로를 따라 안으로 100m가량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거대한 둑이 나타났다. 넓이는 100m가량, 높이는 30~40m가 돼 보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는 힘들 정도로 폭이 좁은 돌계단이 둑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이어졌는데, 산책로를 걷던 사람들은 모두 둑의 꼭대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뒤질세라 숨을 헐떡이며 꼭대기까지 올랐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곳에는 둑 밑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푸른 수원지와 그곳을 둘러싼 웅장한 산,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수원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고, 둑에 걸터앉아 수원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원지의 화려하진 않지만 맑고 깨끗한 모습은 그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수원지에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했고 교통체증이 심했다. 갑자기 많은 방문객들이 들이닥쳐 주민들의 피해도 우려됐다. 방문객 강민아(22) 씨는 “아직 개방한 지 얼마 안돼 문제점이 많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예의질서를 지킨다면 명품 관광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